최근 진료비 확인 민원을 빌미로 병원비 할인을 요구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어 대학병원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민원을 넣지 않을 테니 진료비를 할인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충분히 비급여 항목에 대해 설명했음에도 퇴원하자 마자 민원을 넣어 병원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
A대학병원 원무팀장은 25일 "자신이 낸 진료비에 의구심을 가져 민원을 제기하는 환자는 차라리 순수하게 보인다"며 "진료비를 꼼꼼히 분석해 병원과 거래를 하는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고 털어놨다.
자신이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민원을 넣으면 얼마를 받는지 알고 있지만 이를 포기할테니 선택진료비 등을 할인해 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그는 "일부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환자들의 경우 알면서 속는다는 생각으로 일부 진료비를 감면해주기도 했다"며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나중에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병원비를 감면해준 환자가 다른 환자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공공연하게 퍼뜨리면서 병동 환자들에게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특히 일부 환자는 블로그 등에 진료비를 할인받는 노하우라며 이러한 방법을 전파하고 있어 병원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교수들도 이러한 환자로 인해 머리가 아픈 것은 마찬가지다. 충분히 비급여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선택의 기회도 줬음에도 퇴원하자 마자 민원을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B대학병원 교수는 "환자가 병원비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고 그래도 치료를 받겠다고 해서 이 방법 저 방법 찾아가며 최대한 병원비를 아껴줬다"며 "심지어 선택진료비도 받지 않았는데 원무과에서 그 환자가 민원을 제기했다는 말을 들으면 힘이 빠지지 않겠냐"고 전했다.
그는 이어 "몇번 이렇게 당하다보니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환자의 재정상황을 살피게 됐다"며 "또한 나도 모르게 방어진료를 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일부 병원에서는 속칭 블랙리스트 환자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에는 상당한 부담감을 표출하고 있다.
모 대학병원 관계자는 "배째라는 식으로 진료비 할인을 요구하는 환자나 충분히 설명해줬는데도 민원을 넣는 환자를 눈여겨 보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병원의 재정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민원을 제기했던 환자들이 오면 최대한 임의비급여 등을 자제하고 치료하도록 의료진에게 권고한다"며 "한번 민원을 넣었던 환자가 두번 넣을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 아니냐"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