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사이의 끈끈한 정도 이젠 다 옛말이 됐어요."
최근 공동개원을 준비 중인 한 의사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예전엔 선배가 동업하자고 하면, 그저 믿고 따르는 '묻지마식 동업'이 흔했지만 이젠 선후배 사이에도 계약서 작성은 기본이 됐다는 것.
내용은 '수익을 반으로 나눈다'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치료 재료 사용량에 따른 수익 배분은 기본이고 환자 배분과 휴가 일수, 근무 시간까지 세세하게 계약서에 써 놓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선후배 간에도 '계약'을 하는 셈.
의사 사회에서도 정이 점점 사라지고 각박해지고 있다.
낮은 수가에 한정된 건보 재정 파이를 서로 경쟁하는 형국이다 보니 서로 '동반자'라는 생각보다 '경쟁자'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은 아닐런지.
의사들끼리의 경쟁은 수익 욕심에서 빚어졌다기 보다 시스템이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다.
계약서가 필요하지 않는 의료 환경은 불가능한 걸까. 정이 없는 각박한 시스템은 환자를 '고객'으로 보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