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간 국민들의 지속적인 요구가 이어졌던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가 사실상 물건너갔다.
정부는 '의약품 재분류'라는 최악의 카드로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사실상 포기했다. 약사들이 반발해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도 함께 내놓았다.
내달부터 조제료 수가가 약 913억원 정도 인하될 전망이다. 당초 1011억원 인하안보다 100억 가량이 줄었다.
CT, MRI 등 영상검사 수가의 경우 당초 정부안인 1200억원대 인하안에서 오히려 1700억원대로 인하폭이 급상승했다.
영상검사 수가 인하, 선택의원제 도입을 반대한 의료계의 주장과 요구는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반면, 약계의 현안에 있어서는 큰 폭의 양보가 있었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들끓고 있다. 의약분업부터 계속 주장해온 약사공화국이란 말도 다시 나왔다. 실제로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두고 복지부는 이 말을 들어도 변명할 거리가 적어 보인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의 접근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가정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저지하는데 약사회는 약국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4000여곳의 약국을 동원하는 당번약국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물론 이 카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제료 수가 인하 논의에서도 약사회는 250억원 삭감안에서 470억원, 750억원 삭감안 등을 내놓고 협상을 벌였다. 다양한 협상카드를 활용해 극단적인 결과를 최대한 지양한다.
그에 반해 의료계는 다르다. 찬성과 반대라는 극단만이 존재한다. 협상을 할 여지가 별로 없다.
여기에는 정부에 대한 극단적 불신감을 보이는 현장의 목소리와, 이에 떠밀려 실리보다 명분을 택하는 의료계 단체의 협상 방식이 영향을 미쳤다.
얼마전 선택의원제를 두고 의료계는 전면 수용 거부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복지부는 어떻게든 선택의원제는 강행할 것이다. 전면 거부라는 선명성과 명분을 살리는게 좋은지, 협상을 통해 최대한 실리를 챙기는 게 좋을지 고민해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