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의료기기 거래와 관련된 불법 리베이트 제공·수수를 근절하고, 투명한 유통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28일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했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의약품, 의료기기를 거래하면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자와 수수한 자 모두를 처벌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제약사가 의료기관, 약국에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제공자만 처벌했고, 수수자는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
형법상 배임수재죄는 의료기관, 약국 개설자에게 적용이 제한적이었고, 뇌물수뢰죄 역시 공무원 신분이 아니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리베이트 수수자는 1년 이내의 자격정지 행정처분과 함께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과 맞물려 공정경쟁규약이 개정되면서 제약사의 학술대회나 임상시험 지원, 견본품 제공 등도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검찰, 공정거래위원회에 복지부, 심평원 직원을 파견해 전담수사단을 구성하는 등 전방위적 감시와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가 말하는 쌍벌제 시행 목적은 의약품·의료기기 시장 투명성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R&D 투자 여건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제약사 후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의학계 학술대회에도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학회 등록비를 인상하거나 행사비 절감을 위해 값비싼 호텔 대신 대학병원 강당 등을 이용하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다. 리베이트를 근절해야 한다는 공감대 역시 의료계에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가 국내에서 개최하는 국제학술대회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했지만 행사를 유치한 의학단체들은 행사 비용을 조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새로운 환경에 맞는 마케팅을 개발하지 않고, 정부가 제약산업 죽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만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영업사원들이 정장 대신 청바지를 입고 영업 일선에 나서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의사와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주거나 받지 않고 의약품을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시급하다.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2010년 4분기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제 사업 결과에 따르면 총 7738개 의원이 224억원의 약품비를 절감했고, 6750곳의 의원이 59억원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문제는 인센티브를 받은 의원이 전체의 34%에 불과하고, 나머지 66%의 의원은 이같은 제도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 정책에 의사들이 참여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싼 약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바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 대한 불신을 의미한다.
무조건 의사들에게 싼 약을 처방하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할 게 아니라 생동성시험 과정과 결과를 의사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는 한 의료전문가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약효를 장담할 수 없는 약을 처방할 리 만무하다.
정부가 의료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마녀사냥식 리베이트 조사를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의사들이 카피약을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지 않은 채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의약품을 처방하고 있다는 식의 여론몰이는 지양해야 한다.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제약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환경, 의사들이 카피약을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