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연세의대 비뇨기과교실 양승철 교수는 “로봇수술은 정교하게 조작된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당시 양 교수는 보건의료연구원이 주최한 ‘로봇수술의 의료기술평가 토론회’에서 다빈치 수술을 혹독하게 비판해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주장한 것은 충분히 안전하게 실시할 수 있는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로봇수술을 한다는 점과 과도한 비급여 수술비용 등이 핵심이다.
그는 “로봇수술은 비정상적인 수가 속에서 병원들이 경제학적 원리에 따라 과대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양 교수와 비슷한 연구결과를 15일 내놓았다. 보의원은 체계적 문헌 고찰을 통해 로봇수술과 기존 수술을 비교한 국내외 비교연구 논문 총 171편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의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과 비교할 때 로봇수술이 임상적으로 유용하다는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빈치 장비를 도입한 의료기관들은 하나같이 입버릇처럼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며, 합병증이 적으며,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는 것 등을 광고해 왔다. 또 의료진들은 마치 경쟁 하듯 적응증을 확대해 온 게 사실이다.
다빈치 장비를 이용한 로봇수술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5년 7월 세브란스병원이 아시아 최초로 로봇수술을 시행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총 33대가 도입됐다.
보의연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5위 보유국이자 아시아에서 최다, 인구 백만 명 당 보유대수에서는 세계 3위다. 수술건수도 급증했다. 2010년 10월 기준으로 국내 전체 시술건수는 약 1만 3700건으로 추산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로봇수술이 기존 수술에 비해 어떠한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체계적인 임상연구가 미비하고, 수술비가 비싸다는 것 외에 병원 경쟁력의 상징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모대학병원은 다빈치 로봇수술 1백례를 돌파하는데 거의 2년이 걸렸다. 다빈치 로봇의 대당 가격은 약 30억~40억원인데다 연간 유지비용이 약 2억~2억 5000만원이어서 연간 150~200건 이상의 수술을 수행해야 의료기관 입장에서 유지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다빈치를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쏠리고, 전공의들의 외과계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나마 다빈치라도 있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또한 정부의 수가 정책도 의료 왜곡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환자의 보장성을 확대하면서도 적절하게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다가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우려되면 수가를 인하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의료기관들은 예측 가능한 적정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료왜곡이 더 심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