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들이 30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로봇수술 장비를 도입한 후 의료진들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 대신 로봇수술을 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방의 A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28일 메디칼타임즈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의료가 상업화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병원만 해도 로봇수술장비인 다빈치를 도입한 후 위(재단)에서 이왕 수술할거면 개복수술이나 복강경수술을 하지 말고 로봇수술을 하라고 노골적으로 종용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개복술이나 복강경수술은 해 봐야 돈이 안되니까 수천만원을 받을 수 있는 로봇수술을 하라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하면 병원은 돈을 벌겠지만 환자를 속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영진의 압력에 굴복하는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나야 환자들이 많고 수술도 많이 하니까 이런 요구를 해도 버틸 수 있지만 젊은 교수들은 힘이 없으니까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의료가 이렇게 가면 안되는데 문제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보건의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로봇수술 비용은 수술에 따라 약 500만~1200만원으로, 기존 수술보다 약 2~6배 더 비싸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다빈치는 작년 12월 기준으로 33대. 국내에서 시행된 로봇수술 건수는 2010년 10월 기준 1만 3700건을 넘었다.
특히 암 개복수술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5% 수준이지만 로봇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수술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치료비로 1000만원 이상을 받는 방사선 치료장비 사용을 늘리라고 경영진이 노골적으로 요구한다는 대학병원도 있다.
모의료원은 부속병원 2곳에 방사선 수술장비를 도입했다.
그런데 두 병원의 수술장비 사용 실적이 크게 차이가 나자 실적이 부진한 부속병원에 치료를 늘릴 것을 종용하기 시작했고, 이런 압박이 들어온 직후부터 방사선 수술장비를 이용한 치료 건수가 수직 상승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의료진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 로봇수술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B대학병원 교수는 "우리 병원이 다른 병원보다 로봇수술 실적이 저조한 것은 적응증을 극히 제한하고, 환자들에게 절대 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하지만 그는 "상당수 대학병원들은 의사들이 로봇수술을 하면 적지 않은 금액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수가가 낮다보니 의료 왜곡으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