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이 의료기관을 평가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과거 진료실의 수동적인 자세에서 의료행위와 처방약을 직접 요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진료의사를 품평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인석 교수(대한커뮤니케이션학회 전 회장)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를 만나 환자와 의사간 올바른 관계형성을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먼저, 임 교수는 "지금은 정보가 힘이자 돈이 되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면서 "문제는 그 정보의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틀린 내용도 있을 수 있는데 그대로 믿고, 의사의 말은 불신하는데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했다.
안기종 대표는 "현재 1300개 인터넷 카페에서 환자 모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과거 단순한 투병정보만 나눴다면 이제는 비대칭적 의료정보를 환우회를 통해 조직적으로 대응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임인석 "라포르, 고민 들어주는 사소함에서 출발"
증가하는 환자의 민원 제기와 폭언(폭력)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했다.
안기종 대표는 "민원은 주치의가 아니라 의료서비스와 진료비와 관련한 병원 행정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이어 "환자들과 상담할 때 폭행과 협박은 안된다는 원칙을 전달하고 있다"며 "다만, 응급환자들에게 무관심하거나 산부인과에서 느끼는 환자들의 수치심, 진료의사의 반말 등이 폭력을 유도하는 부분이 있다"고 우려했다.
임인석 교수는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은 상황이 생기면 고함부터 지르고 권리만 요구하고 의무를 저버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국민 전체의 의식수준이 성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와 의사의 '라포르'(rapport) 형성은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안기종 "진짜 명의는 경청하고 대화하는 의사"
안기종 대표는 "해외학회에서 귀국하는 날 늦은 시간일지라도 병실을 찾아 환자를 깨워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격려해주는 의사가 있다"고 전하고 "환자와 생사를 같이 한다고 느끼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감동을 한다"고 말했다.
임인석 교수 역시 "신증후군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해야 하는 소녀가 체중증가를 걱정하며 약을 안 먹어 결국 입원까지 했다"면서 "고민을 들어주고 응원해주고 한번 더 병실에 들러주는 사소한 것이 아이의 마음을 잡아줬다"고 환기시켰다.
임 교수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저수가 속에서 자괴감에 빠져있는 의사들도 있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환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들이 원하는 환자와 의사상은 무엇일까.
안 대표는 "3분 진료라도 환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격적으로 대해주는 의사를 원한다"며 "진짜 명의는 단순히 병을 잘 고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진단과 수술을 할 때 환자의 입장에서 경청하고 대화하는 의사"라고 말했다.
임인석 교수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는 더이상 주종적 관계도, 적대관계도 아니다"면서 "양측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려는 노력을 하면 가까운 미래의 모습은 조금 더 희망적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환자와 의사간 '라포르'는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평적 관계에서 출발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꼽씹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