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약을 주는데 당뇨 전문 의사가 처방하면 약값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코미디가 아니고 무엇인가."
최근 보건복지부가 당뇨병을 경증질환으로 사실상 확정하자 당뇨병학회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자료와 당뇨 의사들의 의견을 전달했는데도 이를 모두 무시하고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독선과 아집일 뿐이라는 게 이들의 견해다.
대한당뇨병학회 관계자는 13일 "수차례 정책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제출했는데 이를 모두 무시하고 원안을 강행하는 정부에 환멸을 느낀다"며 "이제는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기운도 없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5차 경증환자 외래 약제비 본인부담률 조정회의를 개최하고 인슐린 비의존 당뇨병을 경증질환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이달 말 고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알리고 10월부터 약제비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방안에 대해 당뇨병학회는 논의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의견서를 제출하며 조정을 요구해왔다.
당뇨는 심장질환과 같은 위험을 지닌 질병으로 후유증과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경증질환으로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복지부가 원안을 그대로 확정하면서 당뇨병학회는 큰 회의감을 내보이고 있다.
학회 관계자는 "복지부도 학회의 의견에 상당히 공감을 표했지만 일부 세력이 끼어들면서 정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며 "마치 교수와 개원의가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처럼 호도해 논점을 흐려 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마도 몇 달만 지나면 이 같은 정책이 얼마나 위험했는지가 여실히 나타날 것"이라며 "그때 과연 그 세력과 복지부가 어떻게 이를 수습할지 지켜보겠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학회는 똑같은 약을 주는데 당뇨 전문 의사가 처방할 경우 약값이 더 비싸지는 상황은 말도 되지 않는 코미디라며 비판하고 있다.
학회 관계자는 "만약 소화기내과 의사가 부 상병으로 당뇨약을 처방하면 환자들이 지금과 같은 약값만 부담하면 되는데 당뇨 의사가 주 상병으로 같은 약을 처방하면 약값을 20%나 더 내야한다"며 "이런 코미디 같은 정책이 어디에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면 복지부는 환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