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일반약의 수퍼판매를 사실상 강요하고 나서면서, 해당 제약업체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정부 방침을 따르자니 약사 눈치가 보이고, 반대로 하자니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연출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복지부 손건익 보건의료정책 실장은 19일 제약사 실무자 간담회에서 "의약외품 전환은 제약사 의지가 중요하다. 국민들이 피서지에서 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카스'의 동아제약 등 일반약 의약외품 전환 해당 제약사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놓고 한 말이다.
업계는 손 실장의 발언을 사실상의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약사 눈치를 보느라 그동안 의약외품 판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제약업체에게 일침을 가한 것으로 해석한 것.
A제약사 관계자는 "정부가 21일 고시 시행을 앞두고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일반약이 원활하게 유통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사실상 경고다. 추후에 실태조사까지 나선다고 한다. 자신들도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다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의약외품 수퍼판매에 상당히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압박만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에는 정부 뜻대로 갈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줘야한다"고 꼬집었다.
B제약사 임원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그는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 변화하는 정부 정책 속에 제약사가 보조를 맞추기란 상당히 어렵다. 발표난 지 얼마되지 않아 수퍼 판매 안하면 가만 안놔두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니 솔직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솔직히 정부 뜻대로 적극적으로 수퍼 판매에 나섰다가 약사들이 단합해 우리 회사 일반약을 팔지 않으면 그 손해는 누가 책임지느냐"며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진 느낌"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