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의대생 성추행 재판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의대생 중 1명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서면서 재판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재 휴대폰으로 피해 여학생 사진을 찍은 사실이 입증된 2명과 달리 배 씨는 피해자 진술 외에는 마땅한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9형사부는 22일 특수강제추행으로 기소된 의대생 3명에 대한 첫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의대생 한 모씨와 박 모씨는 범행 일체를 모두 인정했다. 사진 등 증거 자료가 확보된 이상 차라리 선처를 기대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제로 이날 이들의 법률 대리인들도 짧막하게 변호를 마쳤다. 공소장의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지만 혐의는 모두 인정한다는 답변했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판결은 의외로 간단하게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배 씨는 혐의를 사실상 모두 부인해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자신은 성추행에 가담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배 씨와 법률 대리인은 한 씨와 박 씨가 성추행을 하고 있을 당시 배 씨는 차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이후 방으로 돌아와 바로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배 씨측은 평소 배 씨의 잠버릇을 증언할 의대 학생 4명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따라서 과연 검찰이 배 씨의 성추행 여부를 밝혀내는지가 재판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 씨와 박 씨는 휴대전화로 촬영한 피해 여학생의 사진이 일부 복구되면서 확실한 증거가 마련됐다. 이들이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은 여기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배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사진이 발견되지 않았다. 실제로 공소장을 보면 검찰도 배 씨에 대해서는 이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결국 배 씨가 성추행을 했다는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다. 피해 여학생의 체액 등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조사에서도 배 씨와 관련된 어떠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과연 재판부가 누구의 진술을 신뢰하는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당시 피해 여학생도 만취 상태에 있었던데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 씨와 박 씨도 성추행 당시 배 씨가 자리에 없었고 이후 방에 돌아와 잠이 들었다고 동일한 진술을 하고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배 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피해자의 진술은 증거 능력이 없어진다. 검찰의 공소가 기각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만약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면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선처를 부탁한 2명과 배 씨의 형량이 달라질 수도 있다.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점은 감경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달 16일로 예정된 증인 심문에서 과연 어떠한 증언이 나오게 될지, 또한 재판부는 상반된 두 증언 중 어느 것을 증거로 인정하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