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 리베이트 단속 등 정부의 잇단 규제로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던 제약업계의 하소연이 엄살이 아닌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동아제약,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 국내 최상위제약사들의 2분기 실적이 약속이나 한듯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
업계는 리딩 기업마저 이런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을 바라보며 정부 과도한 산업 규제가 본격적인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려감을 보였다.
유한양행의 부진은 특히 심각했다.
매출은 제자리걸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 이상 급감했다. 앞선 1분기와 판박이다.
2분기 연속 최악의 성적표를 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약국사업부의 매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주력 제품의 약가인하로 전문약 사업부가 부진했고, 수출도 환율하락과 수량감소로 매출이 감소한 탓이 컸다.
실제 이 회사는 '메로펜(항생제)', '안플라그(항혈전제)', '라조넥스(알러지 비염치료제)' 등 오리지널의 특허 만료로 약값이 20%씩 인하됐다. 연간 매출 200억~300억원에 이르는 제품들의 약가가 줄줄이 깍인 것이다.
대웅제약도 고전했다.
분기 매출액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자릿수 이상 줄었다.
우루사 등 일반약 부문이 전년동기대비 51% 급증했지만, 도입신약에 의존하는 회사 구조상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예년만 못한 것이다.
업계 부동의 1위 동아제약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업이익은 감소했고, 매출액과 순이익은 소폭 상승에 그쳤다. 상반기 누계 매출액(4347억원)도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2.91% 증가에 그쳤다.
이 회사의 신통치 않은 실적은 전문약 부진 때문이다.
2분기 처방약 매출은 1209억원인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33억 줄은 것이다. 그마나 박카스 매출이 늘어 부진한 실적을 메웠다.
업계는 이런 상황을 두고 정부의 과도한 산업 규제가 낳은 폐단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실적 부진도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가 제약산업의 성장동력을 잃게 했다. 그동안 근근히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부진이 장기화될 조짐"이라고 답답해 했다.
다른 관계자도 "제약산업의 미래가 매우 어둡다. 이만큼 규제를 많이 받는 산업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제약업종에 계속 종사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