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정년퇴직 제도를 시행중인 이비인후과가 있다.
병원급에서나 있는 정년퇴직제를 개원가에서 실시해 의료진들에게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인공은 유니언 이비인후과의원. 사당, 여의도, 종로, 상봉 등 4곳에 지점을 둔 네트워크 이비인후과로, 지난 2003년부터 성장하기 시작해 2년 후면 최초로 정년퇴직 의사가 배출된다.
정년퇴직 시점인 70세가 되면 네트워크에 대한 지분을 후배의사에게 넘기는 식이다. 만약 이후 진료를 계속할 의사가 있다면 페이닥터 형태로 계속 근무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의사의 단골환자를 유지할 수 있으면서 후배 의사들을 양성할 수 있고, 선배와 후배 간에 진료를 함께 함으로써 서로 간에 진료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은퇴한 의사는 자신이 보유했던 지분을 일종의 퇴직금처럼 노후대책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유로울 수 있다.
이는 유니언 이비인후과의 특이한 수익 배분 시스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철저하게 공동개원을 유지하면서 4개 지점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각 의료진들이 공평하게 나눈다는 점이 특이할 만하다.
어느 누구 하나 이견을 제기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는 유니언 이비인후과 네트워크에 합류할 때 이미 합의한 사항인 만큼 이에 대한 불만은 없단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정년퇴직제 또한 이러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유니언 이비인후과 종로지점 이의석 원장은 "대학에 있던 교수들이 정년을 마친 이후에도 개원가에서 진료를 유지하려는 것을 감안해 5년 정도 늦춰 70세를 정년 시점으로 전했다"고 설명했다.
정년퇴직 첫 번째 주인공이 될 의사는 사당지점의 전병두 원장(68).
그는 2년 후, 지분을 후배에게 넘기겠지만 일단 진료를 유지하면서 평소 좋아하는 골프, 종교생활 비중을 늘려갈 생각이다.
그는 정년퇴직제에 대해 선배의사, 후배의사, 환자 등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정년을 앞둔 의사는 진료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면서 여유 시간을 활용할 수 있고, 후배 의사는 경쟁이 심한 개원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개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선배의사의 노하우와 후배의 새로운 술기에 대해 서로 공유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도 갑자기 새로운 의사에게 진료받기 보다는 의료진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전 원장은 "진료는 계속하면서 여유로운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한다"면서 "후배의사와 함께 진료하면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의석 원장은 "젊은 개원의들은 자신이 60~70세가 됐을 때에 대해 상상하지 못하는 듯 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힘이 없어지고 병원 문을 닫게되면 노후가 불행해진다. 특히 요즘처럼 개원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는 더욱 철저히 준비해야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