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때문이었을까. 특허 만료 의약품과 복제약(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에 반발해 모인 제약사들의 함성은 너무나 작았다.
300명 이상이 참석할 것이라던 규탄대회에는 불과 50여명이 참석해 피켓을 흔들었고 장관에서 항의하기 위해 복지부로 떠난 인원은 참석자의 절반으로 또 반이 줄었다.
한국제약협회 회원사들은 12일 오전 회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특허 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약가 인하 방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 모인 회원사들은 이번 약가 인하 정책이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하며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성명서를 통해 약가 인하에 대한 근거를 재검증하고 합리적인 인하기준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제약협회 이경호 회장은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동참할 의사가 있다"며 "하지만 지금의 정책은 모두가 공멸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제약산업이 건실하게 발전해야만 약제비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 정책은 제약사들에게 충격을 넘어 경악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제약협회는 약가 인하로 인해 제약사들이 받을 충격을 경영지표를 통해 추산해 근거로 제시했다.
협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가 추진하는 약가 인하 방안대로 특허 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약값을 53.5%로 일괄 인하할 경우 연간 2조 2966억원의 경상이익 적자가 발생한다.
특히 적자를 내지 않기 위해 인건비를 50%로 줄이고 광고홍보비와 연구개발비를 모두 삭감한다고 해도 절감할 수 있는 예산 규모는 1조 3195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약협회의 주장이다.
결국 판매 관리비를 실현 불가능한 수준까지 줄인다해도 지속적인 적자가 불가피해 사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생존을 걸고 결사항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실제로 제약협회는 회원사 146개 곳의 뜻을 모은 연판장을 장관에게 전달한 바 있으며 수차례의 성명서와 입장발표를 통해 정책에 대해 비판해왔다.
하지만 협회 창립 이후 최초로 연 규탄대회에 모아진 힘이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간의 노력이 빛이 바랬다.
이날 참석한 한 제약사 관계자는 "한 회사에서 3명씩 참석한다고 해서 상당한 인원이 모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자리가 썰렁해 놀랐다"며 "힘을 모아야 하는 시기인데 이러한 광경이 연출되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모 제약사 대표도 "우선 참석하라니 왔지만 솔직히 너무 초라하다"며 "복지부도 함께 갈 계획인데 이래서야 말이 통하겠나"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조금 더 빨리 움직였어야 한다"며 "이미 장관이 공식 브리핑을 진행하는데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