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의료계, 선택의원제 찬반 논란
선택의원제(만성질환관리제도) 수용 여부를 두고 의료계 내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절대 수용 불가 입장에서부터 현실적 타협론까지 대두되면서 명확한 입장 정리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 제도 도입 의지 확고
선택의원제는 만성질환자와 노인이 자신의 특성을 잘 아는 동네의원을 선택해 예방과 관리를 강화한 맞춤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작년 일차의료활성화 방안으로 나온 아이디어다. 올해 복지부가 대통령에게 직접 추진을 보고한 사안이기도 하다.
당초 '전담의제도'로 명명했지만 '주치의제도'에 대한 의료계의 거부감을 고려해 선택의원제, 그리고 최근에는 만성질환관리제도로 명칭을 바꾸었다.
복지부는 제도 도입 의지가 분명하다. 의료계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올해 10월부터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의료계의 명확한 입장이 정해지길 기다리고 있다"면서 "의료계가 반대한다고 사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으론 복지부는 의료계가 참여해 함께 제도를 추진하길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료계가 거부감을 느끼는 '선택과 등록'을 최대한 완화하겠다는 수정안도 내놓았고 수가 신설이라는 당근도 제시했다.
의료계 "선택과 등록은 수용 못하지만…"
선택의원제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도 당초 명확했다.
선택의원제를 주치의제뿐 아니라 총액계약제나 인두제 등 지불제도 개편과 연계하는 시각이 우세한데 특히 젊은 의사들은 선택의원제가 신규 개원의의 시장 진입을 막는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선택의원제의 핵심인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하고 등록하는 절차에 대한 확고한 반대였다.
의사협회 역시 이러한 입장을 꾸준히 천명해 왔다. 지난 5월에는 긴급연석회의를 통해 선택의원제 관련 정보와 논의를 일체 중단한다는 공식 발표도 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의료계가 반대하는 '선택과 등록'을 최소화하는 대신 의사협회가 제안한 '만성질환관리제도'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전향적인 안을 내놓자 의견이 나뉘기 시작했다.
수가 신설 등 실리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두된 것이다.
의료계는 특히 지난 7월 긴급 연석회의를 다시 열어 '선택과 등록'은 제외한 부분에 대해서는 회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복지부와 협의를 하도록 의사협회에 위임하는 안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 안은 의료계 내부의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백지화 됐다. 의사협회는 제도를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오는 22일까지 의견 수렴과 27일 연석회의 일정만 다시 잡아놓았다.
의사협회 "받아도 문제, 안 받아도 문제"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이 의사협회다.
복지부장관이 의협 회장과 면담의 자청하면서까지 설득하는 상황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당장 정신과 의학관리료 인하 사태 등 정부를 상대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부와의 협상채널이 닫히면 유형적, 무형적으로 잃는 게 너무 많다.
의협 관계자는 "원격의료 도입 협상 때에도 결국 의협이 거부를 선언하자, 복지부가 병원 중심으로 사업을 강행했다"면서 "만성질환관리제도도 비슷한 전철을 밟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내외적으로 공격을 많이 받은 이번 의협 집행부가 선택의원제를 통해 수가 신설 등 회원에 혜택을 제공해 유종의 미를 거두는 성과를 내려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집행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이미 의료계가 내년 의협회장 선거를 의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의료계 내부의 대정부 불신은 뿌리깊다.
한 개원의협의회장은 "일단 제도를 받아들이면 1~2년 후에 본래 의도했던 방식으로 제도를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애초에 받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