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진료실은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만이 아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개인이 가장 역동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다.
어떤 이에게는 진료실은 자녀의 교육 문제를 고민하는 공간이, 혹은 가정 불화로 인한 괴로움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 어떤 이에게는 주식시황을 걱정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애양 원장(은혜산부인과)에게 진료실은 문학의 원천이 되는 장소다.
의사 수필가로 활동하는 그는 진료실에서 접하는 다양한 삶이 작가로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간접 경험이 된다.
그는 "산부인과는 진료실에서 겪는 경험이 소아과 등 다른 진료과에 비해 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부인을 의심하는 남편의 사연, 하루에 16차례의 성관계를 받아들인 여자의 이야기. 모두 의사가 아니였으면 접하기 힘든 사연들이다.
그에게 진료실은 문학을 실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가끔 글을 쓰다보면 '환자가 좀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문학을 접하고 글을 쓰면 남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는 게 그의 견해다.
환자를 만나는 의사로서 중요한 대목이다. 그는 감히 "카사노바도 책을 읽었으면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의사라면 누구나 작가의 소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들은 오랜 기간 글을 접해서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면서 "일기를 써보는 것도 시작의 한 방법"이라고 권했다.
김 원장은 본인의 이야기도 더한다. "'작가로만 활동하면 더 행복했을까'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덜 좋을 것 같다"면서 "의사로서 작가를 하는 것이 문학을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 원장은 유년시절 문학의 길을 꿈꿨으나 아버지의 강권으로 의사의 길을 접어든 이후 문학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산부인과 개원의로서 활동한지 10년이 지난 후 이대 여의사회 활동 등을 통해 우연히 '글쓰기'의 꿈을 자각하게 됐다.
1998년 첫 수필집 '초대'로 4회 남촌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으며, 최근에는 소설 속에 등장한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의사로 산다는 것'을 집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