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 치고 입지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은 의사는 없을 것이다.
<메디칼타임즈>는 평소 개원 입지에 관심을 갖는데 그치지 않고 동료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입지 강의를 하고 있는 개원의를 만나 그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그 주인공은 파주시에 위치한 연세미래이비인후과의원 임구일 원장(42).
임 원장은 미래와 사회포럼 사무총장이자 대한개원의협의회 공보이사로 대외적인 활동을 하면서 널리 알려졌지만, 사실 그는 개인적으로 개원입지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그는 매년 이비인후과개원의사회 주최로 열리는 개원워크숍에서 개원입지 강의를 맡고 있고, 개원컨설팅 업체 주최의 개원 박람회에서도 600여명의 동료 개원의를 대상으로 강의했다.
그를 잘 아는 선후배나 동료 개원의들은 개원하기 전에 개원 상담을 요청할 정도다.
임 원장이 개원 입지를 볼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인구 성장 가능성.
단순히 역세권 인근이나 상권 형성 가능성을 주목하기보다는 해당 지역의 인구 분포, 초등학교 분포 등 통계 수치가 입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그의 강의는 이처럼 객관적인 수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동료 개원의들에게 신뢰를 준다.
도시는 성장기, 완숙기, 쇠퇴기가 있는데 이미 성장기에 접어든 도시는 조만간 쇠퇴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통계청 자료나 동사무소 및 구청 홈페이지는 인구 분포 자료를 얻는데 좋은 출처가 된다"면서 "심평원이 제공하는 지역별 '병원 찾기' 검색 기능을 통해 자신이 개원할 지역의 경쟁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원장이 처음 입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2년. 전라남도에서 공중보건의사를 하던 시절 개원을 준비하면서부터다.
전남에서 개원을 준비하려다 보니 인터넷 상의 다양한 개원 입지 정보를 수집, 자료를 정리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긴 것.
그는 "당시 서울을 오갈 수 없어 인터넷 상의 자료에 의존에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시간이 될 때 올라와서 입지가 좋은지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임 원장이 선택한 개원 입지는 어디일까.
그는 첫 개원 입지로 파주시 금촌동을 선택,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실 지금은 주변으로 상권이 발달했지만 개원할 때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다. 그러나 상권이 현재 상가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게 적중했다고.
당시 개원 붐이 남아 있어 서울 지역을 고려해봤을 법도 하지만 그는 파주시의 성장 잠재력을 봤다.
그러나 그는 만약 자신이 현재의 장소에서 감기 환자를 봤다면 아마 폐업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검사나 수술을 주로하는 이비인후과이기 때문에 주택가 근처가 아니더라도 접근성이 높아 환자들이 찾아온다"면서 "진료 특성과 개원입지가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임 원장의 이비인후과는 다른 이비인후과와 달리 환자 수가 많지도 않고 환절기에 환자가 급증하지 않지만 꾸준히 검사 및 수술 환자가 있는 편이다.
임 원장이 추천하는 개원입지는 어디일까.
그는 신도시보다는 도심 속에서 틈새입지를 노릴 것을 권했다.
그는 "신도시는 거주밀도가 낮기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에게는 불리하다"면서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병원이 부족한 틈새입지를 찾는 게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이어 임 원장은 "입지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진료 특성에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가령, 이비인후과를 개원한다면 감기환자만 볼 것인지, 수술만 할 것인지 등을 정해야 지역밀착형 입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역세권 상권으로 갈 것인지를 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간혹 일단 개원 입지를 잡은 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려는 개원의들이 있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자신이 어떤 진료를 할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