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인사를 해도 아무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 때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중고등학교 왕따를 당하고 있는 어느 학생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6월 세상을 충격에 몰아넣은 고대 의대 성추행사건 피해자가 최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말이다.
피해자는 "가만히 있어도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믿었지만 가해자들과 사귀는 사이였다든가, 잠자리를 한다는 소문이 돌아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여성으로서 평생 씻을 수 없는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악소문에 시달리고, 집단 따돌림까지 당해하고 있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방송에 응했다고 한다.
예과, 본과 6년간 동거동락했던 가해자 측은 피해자가 평소 이기적인 성격일 뿐만 아니라 사생활이 문란하고 인격장애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동료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까지 했다.
대학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성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배모 씨에 대한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나머지 가해학생 2명은 법정에서 모든 성추행 혐의를 시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고, 동료 의대생들이 피해자를 위로하기는 커녕 집단 따돌림을 시키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
심지어 의대 교수들은 가해자의 행실을 문제삼는 설문조사가 벌어진 것을 알면서도 수수방관했다. 교수 중에는 "가해 학생들은 다시 돌아올 친구니까 잘해줘라"고 당부의 말까지 했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성추행사건이 벌어진지 3개월째를 맞고 있지만 고대는 아직까지 가해학생을 징계하지 않고 있다. 공식적인 사과 성명을 발표한 적도 없다. 의대는 이런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윤리교육 강화방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냥 사건이 잠잠해지길 바라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고려의대가 이 지경이다보니 피해자는 사건 이후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불면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삼류로 전락한 고려의대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