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가 9일 의약분업 개선 전국민 서명운동을 1차 마무리했다. 155만명이라는 엄청난 국민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의약분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는 반증이다.
의약분업은 2000년 7월 시행에 들어가 올해 11년을 넘겼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1998년까지만 해도 정부안은 직능분업이었다.
외래환자에게 의무적으로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환자가 원내 약국이든, 원외 약국이든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그것이다.
이에 대해 약사회와 의협이 반대하면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외래조제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의약분업이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의약분업을 시행한 주된 목적은 의약품 오남용 방지, 약제비 절감, 환자 알권리 신장 등이다.
의약분업을 시행한지 10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이들 정책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됐고, 무엇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제대로 된 평가가 없다는 점은 유감이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런 정책 목표보다 의료기관에서 처방을 받아 약국에 가서 조제를 받아야 하는 게 가장 불편한 일일 것이다.
여기에다 약국에서 제대로 된 복약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면 거동이 불편한 환자 입장에서는 의약분업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병협이 주장하는 직능분업을 하면 어떨까. 환자들은 자신이 원한다면 원내 약국을 이용할 수 있어 원외 약국까지 가야 하는 번거러움과 불편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약제비도 어느 정도 절감할 수 있다. 병협에 따르면 9일치 기준 약제비는 원외약국이 5831원인 반면 입원환자 조제시 3086원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해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불편 해소,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직능분업을 하자는 병협의 주장은 명분이 약하다.
다소 불편하고, 돈이 더 들어가더라도 의약품 오남용을 개선하는 효과가 크다면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병원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들이 개국 약사들보다 복약지도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병원 약사들은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복약지도를 하고 있지 않다. 간호사들이 그 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병협은 당분간 의약분업 개선 서명운동을 계속할 방침이다. 11년을 유지해 온 의약분업의 방향을 재설정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국민들이 직능분업을 요구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병원계는 입원환자에 대한 복약지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국민들에게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