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구급차에 비치된 산소통의 산소 부족으로 이송 중이던 응급환자를 사망하게 한 인턴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 2부(재판장 이상훈)는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인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
포항의 모 병원 인턴인 A씨는 응급실로 이송된 익수환자를 대구 소재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응급의학과장의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환자는 산소통의 산소가 부족해 폐부종 등으로 사망했고, 이 때문에 A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 2심 재판부는 A씨가 구급차 산소통의 산소 잔량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를 이송하면서 환자에게 산소가 원활히 공급되고 있는지, 산소 잔량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산소가 떨어질 염려가 있으면 인근 병원이나 119 구급대에 연락해 산소통을 교체하는 등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게 원심의 판단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인턴이 일정한 수련병원에 전속돼 임상 각 과목의 실기를 수련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대법원은 "A씨는 당시 응급의학과장으로부터 앰부 배깅(ambu bagging)과 진정제 투여를 하라는 지시를 받아 충실히 이행했고, 이송 도중 산소통의 산소잔량을 확인하라는 지시는 받은 바 없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은 산소통에 부착된 압력 게이지, 산소 유량계 수치를 통해 산소 잔량과 산소 투입 가능시간을 예측하는 게 용이하지 않고, 의대 교육 및 인턴 과정에서도 이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산소통은 구급차에 상시 비치한 물품이며, A씨는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구급차를 운행하도록 해 사후조치가 부적절하거나 과실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인턴인 피고인에게 일반적으로 구급차 탑승전, 이송 도중 구급차에 비치된 산소통의 산소 잔량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고했다.
A씨가 구급차에서 피해자에게 대한 앰부 배깅 도중 산소 공급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과실이 있지만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안 후 취한 조치에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턴에게 산소통의 산소 잔량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유죄를 인정한 것은 응급의료행위에 있어 인턴의 주의의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며 A씨 유죄 부분을 파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