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별로 내년 예고된 약가인하 피해를 대비하는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 방안들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극단적이다. 직원 감축은 기본이며 심지어는 저가약 생산 중단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일명 '반값 약값'이라고 불리는 정부의 정책 앞에 수십년간 쌓아온 제약산업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제약업계는 내년도 경영 계획 수립을 위해 시뮬레이션 돌리기에 한창이다. 각종 상황을 가정해 피해 규모를 책정하고 있다.
물론 뾰족한 수는 나오고 있지 않다.
하지만 가장 꾸준히 검토되는 방안이 인원 감축이다. 손쉽게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유명 A제약사는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 회사 영업사원은 "현재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직급에 따라 보상은 3~6개월치 월급"이라고 귀띔했다. 단 해당사는 부인했다.
일부 제약사들은 현재 정기 채용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국내 중견 B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산업 환경이 어렵다보니 퇴사 및 이직 직원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회사는 일부 부서를 제외하고는 인원 보강을 하지 않고 있다. 상·하반기 정기채용도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현 상황을 전했다.
"수지타산 안 맞는 저가약, 생산 포기 검토"
더 극단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기업도 있다. 바로 원가 비중이 높은 저가약 생산 중단이다. 약값이 반토막날 경우 업계가 가장 크게 우려했던 부분이다.
당뇨약 '메트포민'은 최근 이런 이유로 생산중단이 거론되고 있다.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의료진의 우려를 자아낸다. '메트포민'은 당뇨 환자에게 가장 먼저 쓰이는 약물이기 때문이다.
K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장 많은 제약사들이 메트포민 생산을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약값이 반값으로 떨어지고 수지 타산이 맞지 않으면 기업은 충분히 생산 포기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이어 "당뇨는 초기 관리가 핵심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최근 정부가 메트포민을 되도록이면 1차약제로 쓰라고 고시했다. 하지만 제약사는 약가인하 정책에 메트포민 생산을 포기하려 한다. 만에 하나 이 약의 생산이 중단되면 정부가 상당 부분 책임져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C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약에 메트포민이 생산 중단되면 비싼 약을 쓸 수 밖에 없다. 저가약이지만 원가 비중이 높은 약은 우선적으로 일괄인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약 "집단 행동으로 본때 보여줘야"
상황이 이렇자, 일부 업체들은 약가인하에 반발하는 강력한 집단 움직임을 보여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밀어붙이기식 정부 정책에 더 이상 앉아서 당하지 말자는 얘기다.
국내 C제약사 관계자는 "현재는 내년 약가인하에 대비해 업체별로 피해를 추정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개별적으로 행동하면 힘이 약하다. 협회가 중심이 돼 집단행동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국적 D제약사 임원도 "약값이 이렇게 깎이면 자연스레 실적이 안 좋게 돼 본사의 압박을 받을 것이 뻔하다. 최악의 경우는 한국 내 철수다. 국내외 제약사를 떠나 집단행동으로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