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의 경증질환자 약값 인상을 일주일 앞두고 뒤늦게 정부가 대국민 포스터를 배포해 빈축을 사고 있다.
22일 병원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52개 경증질환자의 약값 본인부담률 인상을 안내하는 포스터를 의료기관에 긴급 배포했다.
복지부는 감기와 본태성 고혈압, 인슐린-비의존성 당뇨(제2형 당뇨) 등 52개 경증질환의 약값 본인부담률을 종합병원의 경우 30%에서 40%로, 상급종합병원은 30%에서 50%로 각각 인상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그러자 병원계는 환자들의 혼란과 민원을 우려해 복지부에 대국민 홍보를 요청해 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경증질환 약값 인상을 알리는 포스터 2만여부를 제작, 배포했다.
포스터에는 '10월 1일부터 의원에서 진료가능한 질병으로 대형병원에 가면 약값 본인부담률이 변경된다, 대상질병은 고혈압 등 52개 질환'이라는 짧은 내용으로 꾸며졌다.
더불어 경증환자 대형병원 쏠림 방지 차원에서 약값 인상이 시행됨을 알리는 제도 취지와 건보공단 홈페이지 및 콜센터 전화번호(1577-1000)도 덧붙였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측은 "약값 차등적용으로 경증질환 환자들이 의원급으로 이동할 것"이라면서 "시행 초기 다소 혼란은 예상되지만 의료기관 포스터 배포와 청구 코드(V252)를 마련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상급종합병원은 환자들의 혼란 방지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서울 A대학병원 관계자는 "어제 늦게 포스터가 도착해 다음주나 돼야 외래에 부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환자들의 혼란이 어느 정도가 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측도 "의료진에게 경증질환자에게 약값 본인부담 인상에 대해 설명해 줄 것을 안내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포스터에 공단 콜센터 전화번화만 게재되어 있지만 결국 의료기관에 민원이 폭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고혈압 등 노인 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의료진이 설명을 하더라도 얼마나 이해할지 모르겠다"며 "약값 인상이 피부로 느껴지는 문전약국을 거쳐 다시 외래 진료실로 돌아와 항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병원은 52개 경증질환을 포함한 안내문을 자체 제작했다.
지방 C병원 관계자는 "약값 인상 시행이 임박했는데 복지부의 움직임이 없어 자체적으로 안내문을 부착했다"면서 "교수 중에는 복지부 해당부서 전화번호를 게재해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까지 나왔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수 백만명이 넘는 병원 경증환자를 포스터 1장으로 해결하려는 복지부의 행태가 안타깝다"며 "정부가 결정한 일을 병원에서 뒤치다꺼리 하려니 지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