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 명성을 버리고 국내사를 택하는 제약의사들이 늘고 있다.
대부분의 국내 제약업계 종사자들이 외자계 제약사로의 이동을 소위 '신분 상승'으로 여길 정도로 선망을 갖고 있지만, 제약의사 세계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뭘까. 그들은 회사의 방향성이 본인과 부합했고, 특히 자신이 회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답했다.
모든 제약의사의 꿈인 '신약 개발'을 본인의 주도 하에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명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최성준 부사장(서울의대 졸업)이다. 그의 바로 전 직장은 세계 1위 화이자제약의 한국 법인이었다.
특히 그의 이동은 업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국내 상위제약사도 아닌 1000억원 대의 중소제약사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간 유례없던 일이다.
이에 최 부사장은 "한올은 큰 대기업은 아니지만 수년간 R&D에 집중했고, 지금도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 진행중인 임상 파이프라인 등이 매력적이었다"고 이직 배경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회사의 가능성을 높이 산 것이다.
그는 국내사 제약의사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신약개발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최 부사장은 "다국적사의 해외 법인은 신약 개발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 본사에서 대부분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이런 과정을 보다 주도적으로 참여해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한국BMS에서 녹십자로 건너간 이창희 전무(고려의대)도 "신약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실제 보령제약 전용관 부사장(전북의대)은 국산 15호 고혈압신약 '카나브(피마살탄)'가 탄생하기까지 큰 공로를 세웠다.
다국적사에서 국내사로 이동한 제약의사의 사례는 최근 많았다.
작년에는 유한양행 남수연 상무(연세의대)와 대웅제약 김범수 상무(연세의대)가, 재작년에는 녹십자 이창희 전무와 한미약품 손지웅 부사장(서울의대)이 현 근무처로 이직했다.
이외에 한독약품 김철준 사장(서울의대)과 장우익 부사장(연세의대), 보령제약 전용관 부사장(전북의대) 등도 다국적사를 떠나 국내사로 직장을 옮긴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