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내사인 한올바이오파마로 자리를 옮긴 최성준 부사장을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이다.
그럴 만 했다. 그가 세계 1위 화이자제약의 한국 지사를 뒤로한 채 그것도 국내 상위사가 아닌 중소사를 택했기 때문이다. 작년 1000억원의 매출을 갓 넘긴 회사를 말이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과 달리 최 부사장의 이직 이유는 뚜렷했다.
회사의 가능성을 높게 봤고, 이곳이야 말로 본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그의 말투에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상당한 기대감까지 엿보였다.
"다국적사 한국 지사에서 10년 넘게 일을 해보니 제약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었다. 주요 의사 결정은 주로 본사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올은 물론 큰 기업이 아니다. 하지만 그간 R&D에 많은 노력을 했고, 여러 가능성이 존재했다. 또 이곳에 가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가 한올에서 맡은 역할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연구 ▲임상개발 ▲신제품 개발을 위한 거시적 전략수립 ▲신제품 출시 관련 임상데이터 관장 ▲해외 진출시 허가 담당 등이 그것이다. 회사에서 가히 전천후 역할을 원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는 이런 부분이 오히려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국내 기업에서 제약의사는 임상시험, 개발 등 각종 부분에 관여를 하게 된다. 모든 과정이 나를 거친다. 재밌기도 하고 책임감도 느낀다. 다국적사에서 느낄 수 없던 부분이다. 바쁘지만 얻는 보람도 크다. 한마디로 사기를 올려준다고 보면 된다."
그는 특히 자신이 허가 쪽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앞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회사들은 제약의사가 많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임상 개발과 허가 전략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의사라는 직책을 가진 게 현실감이 있다. 또 해외 허가를 받을 때 의사가 있는 게 훨씬 쉽다는 것이 최근 추세다."
최 사장의 포부는 한올에서 개발한 약이 미국 승인을 받는 것이다.
10여년 전 국내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미 FDA 승인을 받은 '팩티브'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국산약이 미국 등 세계에서 허가받고 팔리는 것이 꿈이다. 기왕이면 한올에서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다. '팩티브'에 이어 2호, 3호, 4호 미국 승인 국산약이 한올에서 나왔으면 한다."
최근 제약업계에 불고 있는 다국적사 제약의사의 국내사로의 이동. 회사의 명성보다는 가능성을 선택한 이들의 도전이 주목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