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이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료급여 적정성평가에 들어갈 계획인 가운데 지방 병원을 중심으로 전문의, 간호사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연봉이 치솟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처럼 적정병상허가제도 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정신병원 원장은 30일 "지방을 중심으로 정신과 전문의, 간호사 뽑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이직을 둘러싸고 의료기관들이 갈등을 빚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간호사 5명이 한꺼번에 다른 정신병원으로 옮기면 인력을 빼앗긴 병원이 가만 있겠느냐"면서 "몇 천만원 연봉 인상을 조건으로 이직을 제안하면서 전체적으로 임금 인상을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B정신병원 관계자도 "수도권은 다소 인력 구하기가 쉽지만 지방은 정신과 전문의를 뽑으려면 최소 2억원 이상의 연봉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부산, 경남, 충청 등 지방은 인력난 때문에 난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신의료기관들은 의사, 간호사 구인난의 원인을 의료급여 적정성평가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심평원은 올해 10~12월분 의료급여 입원진료분을 기준으로 적정성평가를 시행한다.
적정성평가 항목 중에는 정신과 의사 1인당 1일 입원환자수, 간호인력 1인당 1일 입원환자수 등 인력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
하지만 이들 항목은 지난 2009년 평가 때와 변동이 없지만 적정성평가 결과를 토대로 향후 수가를 가감지급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의료인력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신의료기관협회 이병관 회장까지 나서 인력 빼가기 경쟁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의료기관협회 관계자는 "심평원이 향후 적정성평가 결과와 수가 가감제도를 연계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미리 의사, 간호사를 확보하려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신병원 병상 급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정성평가에 환자 대비 의료인력 항목을 포함시킨 결과 인력난과 연봉 상승만 초래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정신병원계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적정병상허가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04년 '개혁 그랜드 디자인'에서 정신보건의료복지시책의 기본 방향을 입원중심에서 지역생활중심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정신병상을 2015년까지 35만 병상에서 28만 병상으로 줄일 계획이다.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해 조기 퇴원을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병상을 줄여가겠다는 것이다.
정신의료기관협회 미래발전연구위원회 김종천 위원장은 "우후죽순처럼 늘어가는 정신과 병원과 입원병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의 질은 나날이 낙후돼 가는 우리 현실에서 일본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김 위원장은 "일본 정부는 적정병상허가 정책과 함께 정신과 환자의 유형에 따라 병상을 분류하고, 차등가산수가제 등을 도입해 의료서비스의 질 개선을 시도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