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70명이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김종성 교수를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진료업무방해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김 교수가 지난해 국회 토론회와 최근 언론 인터뷰에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 교수가 "정신과에서 불필요하게 약을 굉장히 많이 쓴다" 거나 "정신과로 보내면 사회적 낙인이 찍히고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결국 재활 후 취업이나 보험가입에 문제가 생긴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소송에 나선 의사들은 김 교수가 정신과 전문의의 명예를 훼손해 소송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이를 액면 그대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와 신경과 사이에서 빚어지고 있는 SSRI계열의 항우울제 처방권 갈등이 소송으로 비화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SSRI계열 항우울제는 정신과를 제외한 다른 과에서 60일 이상 처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신경과학회는 이같은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김종성 교수는 신경과학회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번 소송 사건은 이런 점에서 매우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년 전부터 의료계에서 진료영역을 두고 갈등이 점점 더 첨예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문의제도가 정착된 상황에서 진료영역 갈등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굳이 부정적으로 볼 이유도 없다. 다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의료전문가집단에 걸맞아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김 교수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고 하더라도 알만한 국민들은 밥그릇싸움이 소송으로 비화된 것으로 단정할 것이다.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의사들이 이렇게 비춰지면 전문가집단의 위상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의협이 의료계 내부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고 있는지도 이번 기회에 자성해야 한다. 의료계 내부 갈등이 소송으로 비화된 것은 어떻게 보면 유례가 없는 초유의 사건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의협의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