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의 과도한 지위 남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의료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 개원하고 있는 A원장의 녹취 파일을 보면 공단의 현지확인 과정상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다. A원장은 전의총에 녹취파일을 제보하면서 "건보공단 직원으로부터 협박과 회유를 당해 어쩔 수 없이 부당청구 사실을 인정했다"고 고발했다.
공단 직원은 녹취 파일에서 "(착오청구에 대해) 인정을 못하겠다고 하면 우리도 자체적으로 정리(환수조치) 하겠습니다. 우리도 원칙대로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원장님도 이의신청하시고, 결국 일은 더 커질 겁니다"라고 압박을 가했다.
여기에다 공단 직원은 부당청구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향후 압수조사를 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또한 부당청구를 인정하면 환수액을 줄여주겠다고 회유하는 등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행동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단은 지사에 부당청구 적발건수를 할당하고 실적을 채울 것을 종용한다는 제보도 의사협회에 접수됐다. "요즘 죽을 맛이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 책임지고 지역에서 부정청구가 의심되는 5곳을 제출하라고 해서 하루 종일 환자한테 수백통의 전화를 하고 있다." 모 개원의가 공단 지사 직원과 나눈 통화 내용을 의협에 보고한 내용이다.
문제는 현지확인 권한이 없는 공단이 이처럼 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넘어 의료기관을 압박하고, 지위를 남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당청구를 시인하는 사실확인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실사를 나오겠다고 협박하거나 조사기간을 연장하겠다고 하는 등의 행위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근절되지 않는 것은 공단을 지휘감독해야 할 복지부의 책임이 크다.
이같은 권력 남용은 현지확인뿐만 아니라 현지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기회에 복지부는 현지확인 및 현지조사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고, 지위를 남용하는 공단, 심평원 직원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