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일류화 전략이 시급하다."
삼성그룹 경영진단팀이 3개월에 걸쳐 삼성의료원을 면밀히 검토하고 내린 결론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의료원에 대한 경영진단을 마무리 하고 주임교수 이상 보직자를 대상으로 이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31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경영진단팀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의료원의 현 주소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행전략을 주문했다.
가장 큰 화두는 삼성의료원이 경쟁 병원과 비교해 특화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였다.
삼성암센터를 비롯, 상당수의 특성화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빅4 병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경영진단팀은 경쟁 병원들과 삼성서울병원의 질환별 진료실적을 비교했다.
또한 MD앤더슨, 메이요클리닉과의 비교 자료를 통해 의료의 질 또한 우수하지 못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의료의 규모와 질 모두 경쟁 병원에 뒤쳐지고 있다는 결론인 것.
특히 삼성의료원 하면 떠오르는 진료과나 센터는 물론, 스타교수 한명이 없다는 사실을 강도높게 지적하고 의료의 질 또는 규모 중 한가지 지표를 정해 이를 집중 육성할 것을 주문했다.
연구에 대한 부분도 많은 지적이 쏟아졌다. 상당한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결과물은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질책이다.
실제로 경영진단팀은 개원 이래 17년 동안 수천억 규모의 연구비를 쓰고도 임팩트 있는 논문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러한 이유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아울러 삼성의료원 산하 3개 병원이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됐다. 진료, 행정 영역에 대한 교류가 없다는 점에서 의료원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이에 따라 진단팀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개 병원 독립 운영체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이종철 교수가 삼성의료원장에서 퇴임하고 의료원 조직이 극도로 축소된 것은 이러한 지적에 대한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의료원에 투입한 것도 이 진단보고서를 검토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긴급 지시다.
의료원이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고 있는 만큼 혁신 전문가로 통하는 윤 사장을 통해 실현 가능한 비전을 수립하겠다는 복안을 냈다는 분석이다.
삼성의료원 고위 관계자는 "사실 진단에 지적된 내용들은 의료원 내부에서 이미 문제라고 생각해 온 부분이었다"며 "모두가 문제 의식은 있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윤 사장의 부임은 경영지표 개선보다는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선택과 집중을 실현하기 위한 방아쇠 역할을 하게 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