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부총장 인선을 계기로 고려대 의과대학에 급격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속칭 정통 고대의대 출신들이 산하병원장은 물론, 교수의회까지 장악하며 우석대 출신 선배들을 밀어내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의무부총장 인선은 물론, 향후 의대와 의료원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병원장부터 교수의회까지 세대교체 속도
고대의대 A교수는 1일 "사실 올해가 고대의대의 세대교체 원년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싶다"며 "이제서야 고대의대로 입학한 교수들이 완전히 칼자루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세대교체가 고대의대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하지만 내부에서는 지금 튀어오르지 못하면 영원히 가라앉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3개 산하 병원 중 2곳의 수장이 고대의대 1~3회 입학생에게 넘어왔다.
고대 구로병원장을 맡고 있는 김우경 교수는 1953년생, 72학번, 1978년 졸업생으로 고대가 우석대를 편입한 1971년 12월 이후 입학한 사실상 고대의대 1기 입학생이다.
또한 최재현 안산병원장도 1981년 의대를 졸업하고 석·박사를 고대에서 마쳤다.
특히 2번에 걸친 의무부총장 후보 낙마로 재편된 교수의회도 고대의대 출신들이 장악했다. 5명의 대표위원중 4명이 고대의대 출신으로 채워진 것이다.
안암병원 대표로 선출된 김열홍 교수와 구로병원 대표 이미경 교수, 안산병원 대표 박영철 교수, 기초의학교실 류임주 교수는 모두 80년대 졸업생이다.
이같은 바람의 주역인 고대의대 개혁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영훈 교수 또한 83년 졸업생이며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송해룡 교수(81년 졸), 김일환 교수(84년 졸)도 차세대 기수들이다.
차기 의무부총장 후보 선출 영향력 발휘될까
이에 따라 과연 어떠한 인물이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임명되는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서성옥 후보부터 김창덕 후보까지 총장이 임명한 의무부총장 후보가 줄줄이 낙마한 것은 재단의 입김을 거부하는 교수들의 반기가 핵심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우석대와 고대 출신, 즉 신구 세력간 힘겨루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상당했다.
과거 저조했던 투표율이 90%이상으로 급격히 올라간 것은 이러한 세력다툼의 흔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로 올해 의무부총장 선거에는 서성옥 후보외에도 고대의대 1~3회 입학생인 B교수와 C교수 등이 함께 지원했다.
이중 B교수는 소장파 교수들의 상당한 신임을 얻었지만 총장의 지명을 받는데 실패했다.
결국 이에 대한 반감이 두번에 걸친 낙마사태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
이러한 상황에서 젊은 소장파 교수들이 의대와 의료원에서 실권을 장악하자 B교수가 또 다시 강력한 차기 의무부총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고대의대 D교수는 "이미 개혁포럼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영향력을 발휘한데다 새 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만큼 의무부총장 인선도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재단에서도 이번만큼은 교수들의 민심을 거스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