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척추외과학회(회장 서울아산병원 이춘성 교수)는 일부 병의원들이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고 표준치료에 비해 10배 이상 비싼 신경성형술, 혈소판 풍부 혈장(PRP) 등을 남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척추외과학회는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일부 비급여 수술이 범람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학회는 "최근 신경성형술(일명 경막외 유착제거술)과 이를 변경시킨 각종 고가 치료법이 일부 병의원에서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성형술은 척추신경 유착이 통증의 원인이라고 보고 카테터를 이용해 유착을 풀어주는 시술이다.
이에 대해 학회는 신경 유착이 통증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신경성형술을 통해 통증의 원인으로 지목된 신경의 유착을 얼마나 풀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수술을 받은 환자는 광범위한 신경 유착이 생기는데 가느다란 카테터로 유착을 풀어주기 어렵고, 시술후 유착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할 확실한 방법도 아직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회는 "신경성형술이 다른 치료행위에 비해 충분히 우수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면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신경성형술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이는 스테로이드 효과에 기인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학회는 "신경성형술과 기존의 신경주사법은 그 결과에서 유의할만한 차이가 있다는 의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면서 "그럼에도 이 시술법은 신경주사법에 비해 10~20배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회는 "현재 신경성형술이 마구잡이로 시행되고, 고가 시술비용을 환자들에게 비보험으로 받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과거 수술받은 적이 없는 환자에게도 신경성형술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이춘성 회장은 "신경성형술이 일부 병의원에서 너무나도 많이 시행되고 있는 현상은 마치 20년 전 레이저 디스크 수술의 망령을 되살리게 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당시 레이저 디스크수술은 광풍을 일으키며 전세계 여러나라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시행했지만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
이 회장은 "이 점에 대해 해명하거나 반성하는 전문가가 전무하다"면서 "우리 학회 역시 나름대로 사실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당시의 사회적 책무를 충분히 다하지 못함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척추외과학회는 혈소판 풍부 혈장(Platelet Rich Plasma, PRP)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냈다.
이 시술 역시 미국이나 국내에서 일부 병원들이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관절 안에 주사하면 치료 효과가 대단한 것으로 홍보하고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슬관절학회는 이 치료가 아직 의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게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한 바 있지만 척추시술에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척추외과학회는 "기존 검증받는 치료행위에 비해 소수의 환자에게 사용해 본 개인적인 경험을 보고하는 것에 불과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이 시술은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를 거친 신의료기술이 아니다.
학회는 "결론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극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표준화된 치료방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향적 연구 결과가 뒷받침되고, 환자의 손상 정도, 부위, 시기, 양상에 따라 각각 차별화된 시술법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척추외과학회는 "임의로 고가 비용을 받는 이들 시술이 척추분야에서 무분별하게 시행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견에 대해서는 공개토론할 용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