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전현직 회장단이 수억원의 비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산부인과의사회 고광덕 전 회장과 박노준 현 회장이 의사회 회원으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형사6부)에 고발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산부인과의사회 회장단이 10여년간 수억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해왔다.
제보자는 조성이 산부인과 수백여곳이 가입한 배상공제보험 수수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회원들을 특정 배상공제 보험대리점에 일괄 가입하도록 한 뒤, 이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의사회에 입금하지 않고 회장단 일부가 유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제보자의 주장이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선거 기간에 불거졌다.
지난 10월 16일 열린 산부인과의사회 회장 선거에서 재임에 성공한 박노준 회장은 당초 출마할 의사가 없었고, 유력 후보자에게 비자금의 존재에 대해 언급하면서 비자금의 존재가 수면위로 드러났다.
실제로 비자금 조성 경위나 금액, 사용내역 등에 대해 집행부 임원은 물론 회원들이 전혀 몰랐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최근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5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제보자는 이번 선거에서 개혁적인 후보가 당선될 경우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공개될 것을 두려한 고문단 중 일부가 선거에 개입해 박노준 회장을 설득, 연임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고광덕 전 회장은 비자금 의혹이 제기되자 출처를 알 수 없는 3억원을 의사회에 입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의총은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사실 등 제보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다"면서 "검은 돈으로 얼룩진 모습이 의사회 전체의 현주소를 알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산부인과 공제사업뿐만 아니라 의사협회 공제회의 투명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고 전 회장은 "회원들에게 고발된 것에 대해 확인된 게 없다. 대응할 가치도 없다"면서 "의혹에 불과한 것을 계속해서 여론화하면 명예훼손 혐의로 맞대응하겠다"고 받아쳤다.
그는 또 3억원을 의사회에 입금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 "1~2대 임원진부터 개인적으로 기부한 돈"이라면서 "의사회 운영자금으로 쓰던 돈을 다시 의사회에 전달할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박노준 회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부정한 집단으로 내몰린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전하며 "차라리 이번 기회에 투명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사회에 입금된 3억원은 선대 집행부에서부터 내려온 것으로, 이를 양성화 하자는 취지에서 입금된 것으로 들었다"면서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의료배상보험과는 관련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