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리필제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이 또다시 철회됐다. 올해에만 세번째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8일 만성질환자가 공휴일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못할 경우 1회에 한해 처방전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3일뒤 법안은 효력을 상실했다. 법안 발의에 참여했던 13명 가운데 김학용, 이상권, 이종혁, 이진복, 이철우, 윤상현, 황영철 의원이 법안 철회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법안 대표 발의자인 윤상현 의원 조차 스스로 철회를 요구했다고 하니 황당하기 그지 없다.
그야말로 희안한 일들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 의원 가운데 보건복지위 소속은 한 명도 없다. 대표발의한 윤상현 의원은 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이다. 윤 의원보다 앞서 처방전 리필제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교육과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지 하루만에 백지화했다. 이 법안 발의를 검토한 바 있는 이낙연 의원만이 유일하게 보건복지위 소속이다. 그 역시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법안 발의 자체를 검토한 바 없다며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
약사회가 틈만 나면 주장하는 처방전 리필제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도 아닌 의원들이 앞장 선 이유는 뭘까. 정황을 보면 약사회의 로비에 놀아난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된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충분한 검토와 소신이 있었다면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예상했을 것이고, 이렇게 쉽게 백기를 들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처방전 리필제는 환자의 건강과 직결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 보면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총선에서는 리필할 의원과 그렇지 않을 의원들을 잘 구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