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학생들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의대생은 특히 성적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요. 어느날 보면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아요."
의사를 꿈꾸며 대학에 입학한 의대생들.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뭘까.
스트레스 1순위 '성적'…"성적 공개는 악몽"
메디칼타임즈는 의대생신문,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연합과 공동으로 전국 의대, 의전원에 재학중인 1283명에게 대학 생활의 고민과 진로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들은 성적과 등록금을 가장 큰 고민으로 꼽았다.
부모에게 등록금 지원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데다 다른 동기생들과 성적이 비교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하소연이다.
실제로 현재 가장 고민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자 무려 709명(32.1%)이 학업 문제라고 털어놨다.
이어 나온 답변도 맥락을 같이 했다. 진로 고민이 23.8%로 뒤를 이은 것.
의대생은 본과 3학년을 넘어갈수록, 의전원생들은 3학년 이상일수록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이 많았다.
대학생활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대다수 학생들이 '대인관계'라고 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질문에 성적은 3위에 불과했다.
A의대 본과 1학년 M씨는 "의대생들은 학업 성취도가 그대로 인턴 전형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성적과 진로 고민이 일맥상통한다"면서 "의대 6년 내내 인턴 시험을 준비한다고 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는 이름과 석차가 담긴 성적을 공개적으로 게시하는 곳도 있어 학생들의 고민을 더하고 있었다.
무려 28.9%에 달하는 364명이 이름과 석차가 담긴 성적표를 공개적으로 게시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것.
B의대 본과 3학년 C씨는 "학교에서는 자극을 주기 위한 방편이겠지만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큰 스트레스이자 악몽"이라며 "이에 대한 공론화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등록금 부담 상당…19% "대출·알바로 해결"
성적과 함께 이들을 괴롭히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등록금 문제였다.
물론 대다수 학생들은 부모의 지원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묻자 73%의 학생들이 부모가 내준다고 답했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다는 학생도 16%에 달했고,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스스로 마련하고 있다는 학생도 2.6%나 됐다.
C의대 본과 2학년 P씨는 "부모님들이 등록금을 내줄 수 있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출을 받고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영향일까. 이들의 수면시간은 사실상 수험생과 비슷했다. 6시간 이상 잠을 자는 학생들이 드물었다.
학생들은 수면시간을 묻자 5~6시간을 잔다는 학생이 389명으로 가장 많았고 5시간 이상 자지 못한다는 학생도 178명이나 됐다.
D의대 학장은 "사실 인성교육, 인성교육 하면서도 결국 성적순으로 학생을 줄 세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름과 석차를 공개하는 대학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