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의대를 나와도 어떤 과목을 전공했는지에 따라 연봉이 1억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기과와 비인기과가 나뉘는 가장 큰 이유지요."
새내기 의사와 전문의들이 취직 자리를 찾아 나서는 봄을 앞두고 있지만 모두의 표정이 밝은 것은 아니다.
전문과목별 연봉 편차가 너무나 벌어진데다 일부 과목은 취직 자리마저 마땅치 않아 고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과계열 전문의 몸값 하향 평준화…가정·마취과 하락
올해 외과 전임의 과정을 마치고 올해 취업을 준비중인 M씨. 하지만 그는 최근 대학에 1년 더 머물 각오를 하고 있다.
그는 16일 "지난해에도 취직 자리를 알아보다 전임의로 발길을 돌렸었다"며 "생각했던 연봉과 실제 현장의 연봉 차이가 너무 커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올해도 외과 계열 전문의들은 이같은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가 시작된 수년 전부터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한 몸값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과는 불과 몇년 전만해도 1억 2천만~1억 3천만원 선에서 연봉이 결정됐다. 하지만 지금은 8천만~9천만원 선에서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의 A종합병원의 경우 수술 전담 외과 전문의를 연봉 9000만원에 구하고 있다. 충청도의 B종합병원도 마찬가지. 지방임에도 9200만원 선에서 전문의를 뽑고 있다.
산부인과와 비뇨기과 등 외과 계열 전문과목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연봉 1억원을 넘기는 곳이 흔치 않다.
한 채용업체 관계자는 "외과와 산부인과 등은 개원이 용이하지 않아 봉직 시장으로 몰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수요와 공급의 영향으로 몸값이 하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가정의학과와 마취과 전문의들의 몸값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사실상 경력 1년 정도의 일반 의사들과 연봉차이가 크게 없다.
최근 C종합병원은 가정의학과, 일반의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현재 C병원이 생각하고 있는 연봉은 가정의학과 9천만원, 일반의 8700만원이다. 전문의와 일반의의 연봉이 불과 300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상황이 더욱 안좋다. 수요가 크지 않다보니 최근에는 연봉이 8천만원 선까지 내려간 곳이 많다.
이 업체 관계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내시경을 하지 못하면 일반의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마취과의 경우 올해 200명 가량의 신규 전문의가 배출될 상황에 있어 연봉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정신과·영상의학과 등 연봉 2억 상회…양극화 심화
하지만 구직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 이들과 달리 스카웃 전쟁이 벌어지는 과목도 있다. 흔지 말하는 정신과, 영상의학과 등 인기과목들이다.
이들 과목들은 연봉 2억원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다. 경상북도의 한 종합병원은 정신과 전문의를 2억 5천만원에 구하고 있다.
전북의 한 병원도 2억 1천만원에 사택을 제공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이밖에 병원도 대부분 2억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지방으로 내려갈 수록 연봉은 점점 더 높아진다.
영상의학과도 마찬가지다. 몇년전 2억원 이상으로 책정된 연봉이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경기도의 한 병원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초빙을 위해 2억 2천만원의 연봉을 내걸었고 경남의 한 병원도 2억원 이상에서 기타 조건을 합의해보자고 제시했다.
재활의학과도 여전히 강세다. 요양병원 증가세가 주춤하지만 아직도 수요가 있는 탓이다.
이로 인해 월급 2천만원 이하로는 사실상 채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채용업계의 전언. 그나마 연봉이 낮아져도 외과계열보다 2배 이상 높은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의사초빙닷컴 조철흔 대표는 "사실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정신과,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뽑기 위해 전문의 시험 전부터 흔히 말하는 선수 예약에 나선다"며 "그래도 한명이라도 충원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일부 전문의는 병원이 모셔가기 위해 애 쓰고 일부는 자신이 취직자리를 찾아나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봉직 시장이 과열되면서 전문과목별, 지역별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