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문화가 병원계에도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31일 병의원계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주도적으로 기부에 참여하는 등 기부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과거 병의원은 환자 진료에만 초점을 두고, 이를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펼쳤지만 점차 병원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유니세프 후원병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국내 의료기관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002년 수원연세모아병원이 분만 1건당 2000원씩 유니세프에 기부하면서 처음 시작된 후원병원 프로그램은 어느새 의료기관 100여곳이 참여하는 기부문화가 됐다.
수원연세모아병원 양오승 원장은 "국내 신생아 1명이 태어날 때마다 아프리카의 신생아 한명을 살리자는 취지로 후원병원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02년에 처음 시도된 이후 2006년 전국에 18개 병원이 참여한 데 이어 2010년에는 155개로 급증하며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병의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기부문화를 만들어가는 곳도 있다.
미앤미클리닉은 환자들이 특정 직원에게 칭찬카드를 작성할 때마다 천원의 기부금을 적립, 월드비전에 전달한다. 병원 직원뿐만 아니라 환자들도 함께 기부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복지부 지정 화상전문 베스티안병원은 매월 직원 1인당 1만원씩 자율적으로 기부한 결과 재작년 재단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기부를 시작한 지 꼭 10년만이었다.
베스티안병원은 재단 설립 이후 기부금 전액을 화상환자의 치료 및 사회복귀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 2000년도 화상환자들의 모임을 발족하면서 시작된 기부문화가 재단 설립 이후 시스템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지금까지 직원 1인당 1만원씩 기부금을 모았지만 재단을 설립하면서는 기부가 더욱 활성화됐다.
베스티안병원 관계자는 "얼마 전 병원 내 캠페인을 실시, 1위를 차지한 지점에 포상금을 지급했는데 이를 다시 재단에 기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기부문화가 자리잡은 병의원들의 특징은 직원들 스스로 본인의 병의원에 대한 자긍심이 높다는 점이다.
또한 병의원의 기부 활동은 해당 병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홍보수단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베스티안병원 관계자는 "1만원 기부운동을 펼치고, 이후 재단을 설립하게 됐을 때 직원들 스스로 굉장히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고, 연세모아병원 양오승 원장은 "기부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직원들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능동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이어 "요즘에는 의료기관들이 홍보효과 때문에 기부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면서 "직접적인 환자유치와는 무관할 수 있겠지만 해당 병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