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비만치료주사제(일명 ‘PPC주사제’)를 사용한 의사들에 대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라는 이유로 면허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했고, 이에 대해 의사들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들이 최근 선고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건에서 행정법원은 의사들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그 자세한 이유를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의사가 새로운 의약품을 사용할 때에는 건강상의 위해 여부에 관하여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므로, 의료법상 사용이 허가된 의약품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주의의무에 해당한다.
또 의사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의약품 판매회사 직원의 말을 믿었고, 허가된 의약품인지 여부가 외관상으로는 쉽게 알기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을 환자에게 사용한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의사가 의약품 판매회사로부터 비만치료 주사제라는 말을 듣고 사용하게 된 점, PPC 주사제를 주로 가족이나 간호조무사에게 테스트 목적으로 사용한 점, 주사제 사용량이 많지 않은 점에 비추어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데 비하여, 개인병원의 경우 면허정지 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이 크다고 보고, 복지부의 처분이 과도하다며 취소하였다.
판결 이유 중 복지부의 잘못을 지적한 부분도 눈에 띈다.
즉, 복지부는 의사들이 비만치료 목적으로 PPC 주사제를 환자들에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식약청의 행정조치 요청이 있기 이전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PPC주사제를 구입한 병의원 162곳 중에서 실제 사용한 의사들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추가조사 없이 '무허가 비만치료 주사제 사용실태 조사'라는 설문조사를 시행하면서 의사들의 자발적 진술에만 의존하여 사용한 사실을 밝힌 44명의 의사들만 처분대상으로 선정하였다는 부분이다.
위 설문조사 방법으로 말미암아 PPC주사제를 사용하고도 응답을 기피하거나 허위로 답변한 의사들은 처분을 받지않고 사용사실을 숨기지 않은 일부 의사들에 대하여만 처분을 내린 것은 결과적으로 복지부의 위신을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복지부가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PPC주사제가 버젓이 사용되는 현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무허가 의약품 구입 사용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는 현행 약사법 체계하에서 의약품의 선택 및 사용은 응당 의사의 진료권 범위 내라는 인식이 의료계에 널리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 의사의 진료권과 관련된 사안에 대하여는 복지부나 식약청도 종전까지 처리 방침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 사용실태 조사결과는 설문조사에 불과하여 부정확하였다는 점 등의 문제들을 고려하여, 이번에는 경고와 같은 행정지도 정도로 매듭짓고,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는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