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DRG)가 의원과 병원에서 시행된다.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 이상 모든 의료기관으로 포괄수가제가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 7개 질병군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맹장과 탈장, 치질, 백내장, 편도, 제왕절개, 자궁부속기수술 등이다.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면 의료행위와 치료재료, 약제 등 수술과 치료에 들어간 모든 비용을 복지부가 정한 수가 범위에서 받아야 한다. 여기에는 급여와 비급여가 모두 포함된다.
복지부는 이를 통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행위별수가의 경우 진료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 부담도 증가하지만 포괄수가제는 정해진 비용만 지불함에 따라 급속한 재정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내년까지 포괄수가제를 전면 시행하기로 의결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복지부와 의료계는 5월까지 포괄수가 적정수준을 정하고, 7개 질병군 환자분류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또 올해 말까지 수가 조정기전을 규정화하기로 했다.
만약 이들 3가지가 제대로 합의되지 않으면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핵심 쟁점은 적정 수가를 보장하느냐다.
행위별수가의 가장 큰 단점은 건강보험 재정 급증을 막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포괄수가제 역시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만약 적정수가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의료기관들은 치료재료와 약제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고,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현재 정신과 의료급여환자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일당정액수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신과 의료급여 일당정액수가가 건강보험환자의 70% 수준에서 정해지다보니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고가신약을 처방할 수 없고, 이 때문에 환자들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또한 적정수가를 보장하지 않고 있어 정신과 의료기관들이 일당정액수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의료기관에 적정한 수가를 보장해야 환자들에게 보다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상식이다. 따라서 복지부와 의료계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선의 제도를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