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협회가 전국한의사대회를 통해 한의계의 세를 과시했다.
19일 오후 1시 장충체육관에는 한의사와 그 가족들로 가득찼다. 한의협 주최로 열린 전국한의사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것이다.
"한의계 목소리 모아보자"
장충체육관 좌석이 약 7천석. 이날 무대 뒷편 좌석을 제외하고 한의사들로 가득 찬 것을 감안할 때 대략 6천여명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최 측인 한의협은 약 1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초 한의협이 발표한 2만여명 규모보다는 적었지만, 장충체육관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의 박수소리와 환호성으로 행사장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앞서 한의계 일각에서 이번 행사를 두고 "먹고 살기도 힘든데 이런 행사가 무슨 소용이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한의협 김정곤 회장은 대회사에서 "더 이상 손발이 묶여 있을 순 없다"며 "지금까지 소외되고 침체돼 있던 한의약은 없다. 꺾인 날개를 펴고 다시 태어날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의약은 미래의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현대 진단기기를 허용하고 각종 규제 완화로 다양한 제형개발, 의료기사 지도권 허용 등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한의약의 세계화 △한의약의 현대화 및 제도개선 △남북교류 및 협력 확대 등 3대 비전을 선포했다.
국회의원 10여명 참석…"한의약 발전 위해 노력하겠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손권익 복지부 차관과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이수성 전 국무총리,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황인자 자유선진당 최고위원 이외에도 국회의원 10여명이 참석해 주목을 받았다.
김정곤 회장의 대회사에 이어 화답하듯 이날 행사에 자리한 국회의원들은 하나 같이 한의약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손학규 상임고문은 "한의약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약속했고, 유시민 공동대표는 "민족의학 되찾고 발전시키는데 진보세력이 함께 하겠다"고 했다.
이어 추미애 의원이 "한의약육성법에 '과학적'이라는 세글자를 추가함에 따라 한의약이 첨단진단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주춧돌을 놓았다고 본다. 이는 한의약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하자 관중석에서는 큰 박수가 쏟아졌다.
특히 한의약육성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윤석용 의원이 무대에 오르자 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윤 의원은 "민족의학이 사장되고 있다"며 "한의협 회장을 중심으로 단합된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전 복지부 장관인 새누리당 진수희 의원, 박은수 의원, 김용태 의원과 함께 민주통합당 김성순 의원, 전현희 의원, 정하균 의원 등이 참석했다.
또 식약청 이희성 청장, 심평원 강윤구 원장,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은 물론 치과의사협회 김세영 회장, 간호협회 신경림 회장, 한약사회 박현우 회장, 간호조무사협회 임정희 회장 등 관련 단체장들도 얼굴을 비췄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축하화환까지 등장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김문식, 심재철, 남경필 등 다수의 국회의원들도 축하화환으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회원들 찬조금 4억원 모여…행사 성공리에 마쳐"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행사의 일등 공신은 회원들.
한의협은 전국한의사대회 행사비용 4억원 전액을 회원들의 찬조금으로 충당했다. 이번 행사를 추진하기 위해 전국 한의사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선뜻 열었다.
한의협 관계자는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1천만~2천만원까지 십시일반 모인 돈이 4억원이 됐다"면서 "이번 행사는 기존 한의협 예산에 손 대지 않고, 회원들의 기금만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한의협은 인기 여성그룹 '시스타'는 물론, 인기 개그맨 '최효종'을 초청하는 등 파격적인 섭외로 눈길을 끌었다.
또한 이날 행사 참석을 위해 제주도, 경남, 전남 등 먼 지역의 한의사까지 대거 참석했다.
경남 김해에서 왔다고 밝힌 김모 한의사는 "이날 행사를 위해 오전 8시에 버스를 타고 왔다"면서 "이번 행사는 한의계가 힘을 뭉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한의협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한약제제 범위 확대와 함께 천연물신약 처방 및 사용 △현대과학의 산물인 진단 및 치료기기 활용 △건강보험 등 불합리한 제도 개선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 등을 선언하며 이에 대한 한의계의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