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통증을 호소한 60대 여성환자 A씨.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담당 의사는 없고, 전동식 진료의자(유니트체어)가 눈에 들어왔다. 간호직원이 편안한 상태로 높이와 각도를 조절해줬다. 주변을 둘러보니 검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와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정형외과 의사가 들어와서 진료를 시작했다.
상담 중에 평소 피로감이 계속됐다고 하자 이번에는 내과의사가 진료실로 들어왔다. 두명의 의사가 함께 진료를 시작하더니 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갑상선 질환. 다시 진료 의자에 앉자 의사가 다시 들어와서 모니터를 보며 검사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단순한 통증인줄 알고 정형외과 진료만 받았다면 놓칠 뻔한 일이었다. A씨는 진료에 만족하며 치료를 받고 돌아갔다.
A씨가 내원했던 병원은 송파구 석촌동에 위치한 올림픽병원. 지하 2층, 지상 8층에 150병상 규모의 이 병원은 진료실 구조부터 진료 시스템까지 모든 것을 차별화 했다.
새로운 진료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진료실 구조부터 바꿨다. 먼저 진료실에서 가장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의사의 책상과 회전의자를 없앴다. 대신 환자가 편하게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유니트체어를 뒀다.
유니트체어 비용만해도 500여만원으로 상당한 비용이 소요됐다.
그러나 등받이 각도 조절도 가능하고 180도로 펼쳐지기 때문에 침대처럼 누워서 진료받을 수도 있고 진료 도중 의자에서 침대로 이동해서 눕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감하게 투자했다.
진료실 구조를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의사와 환자의 진료 분위기 바뀌었다. 진료실은 의사의 사적인 공간에서 공적인 공간, 환자가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다른 병원에선 조심스럽게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지만 올림픽병원의 진료실에선 환자와 보호자까지 함께 들어와서 함께 이야기 하는 게 익숙한 분위기다.
올림픽병원 이재훈 원장은 "환자들의 만족감이 높다"면서 "의사들 또한 진료 도중에도 활발하게 정보를 교류할 수 있기 때문에 오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환자들은 의사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의 의사가 협진을 통해 증상을 파악하기 때문에 진료 결과에 대해 신뢰도가 높다"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러 의사를 만나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올림픽병원의 모티브가 된 것은 미국의 '메이요클리닉'. 이 원장은 메이요클리닉의 진료시스템을 본 이후 한국에서도 환자가 중심이 되는 병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3월, 올림픽병원을 오픈했다.
이 병원에서 주목할 것은 특이한 진료시스템 이외에도 지하 1층에 스포츠의과학센터를 구축, 운동선수에게 맞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곳 역시 영상의학과, 관절센터, 척추신경센터, 통증의학과, 뇌심혈관센터 등 다양한 진료과 의료진이 협진을 통해 비수술적 치료를 모색하고 환자의 상태에 적합한 재활운동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모든 진료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병원이 제대로 성장하려면 해결돼야 할 문제가 있다.
현행 건강보험 틀에서는 동일한 상병에 대해 2인 이상의 의사가 진찰을 하더라도 진찰료는 1회만 적용된다.
협진진료에 대한 진찰료 수가산정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병원의 희생이 계속돼야 한다는 얘기다.
올림픽병원 고경훈 과장(외과)은 "병원 시스템도 좋고 환자 만족도 또한 긍정적이지만 수가산정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면서 "환자 1명에 대해 2명 이상의 의료진이 투입되는데 진찰료는 의사 1명이 진료한 것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