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학 분야 검색엔진의 낚싯법을 한국 의학자와 언론이 덥석 물어 체면을 구겼다.
최근 A대학병원은 "남성의학의 대가인 K교수의 논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에 선정됐다"며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의학도서관의 생의학 데이터베이스 검색엔진인 'BioMedLIb'에서 2006년부터 최근까지 같은 연구영역의 논문인용 1위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그러자 상당수 언론에서 이를 비중있게 다뤘다.
문제는 보도자료의 근거가 된 BioMedLib 검색엔진이 미국 국립의학도서관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생의학 데이터베이스는 'NLM'(National Library of Medicine)이다.
BioMedLib은 NLM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검색방법을 통해 재가공하는 민간업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복수 의학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사례는 A 대학병원이 처음은 아니다.
검색창에서 'BioMedLib'을 검색하면, 대학병원부터 의원급까지 의사의 연구논문이 세계 최다 인용 논문에 선정됐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모 병원 교수는 "K 교수의 논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됐다는 보도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면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돼 해당 논문의 인용 수를 검색해보니 8회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BioMedLib 검색엔진에서 세계 최다 인용 논문에 선정됐다는 이메일을 그동안 수 십 번 받았다"고 전하고 "내 논문 인용도가 100회도 안 넘었는데, 상업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메일이 올 때마다 지워버렸다"고 전했다.
서울의대 서정욱 교수(의학도서관장)은 "일간지 보도를 보고 문의하는 교수들이 있어 확인 결과, BioMedLib은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산하 기관도 아니고 NLM과도 무관한 개인회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수많은 의학논문이 저장된 NLM에서 검색방법을 특정분야로 세밀하게 하면, 일반적인 인용도와 무관하게 세계 최다 인용도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욱 교수는 "아무리 그래도 세계 최다 인용 논문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미국 검색엔진에 교수와 언론 모두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