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생체의 이상을 신속히 알리고 경고하는 인체의 중요한 방어기전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적인 역할을 다한 뒤에도 통증이 지속적으로 남아 있게 되면, 이 통증 자체가 하나의 질병이 되어 인간을 괴롭힌다.
그런데 통증을 유발하는 명확한 원인 질환도 없고, 검사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전신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팀은 아주대 임상역학연구소팀과 공동으로 농촌(안성시)과 도시(안산시) 두 집단에서 코호트 연구를 통해 한국인의 전신통증의 유병률을 조사했다.
총 4800명을 대상으로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전신 통증과의 연관관계를 설문조사한 결과 12%에서 전신통증이 나타났고, 일반인에 비해 삶의 질이 현저하게 낮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 인구 집단에서 전신통증의 유병률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대한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ournal of Korea Medical Science) 2월호에 실렸다.
김현아 교수는 안산과 안성에 거주하는 40~79세 4800명을 대상으로 나이, 체지방지수, 비만, 결혼여부, 교육정도, 음주, 흡연, 운동, 고혈압, 손․발관절염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전신 통증과의 연관관계를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12%(남자 5.5%, 여자 16.2%)에서 전신통증이 나타났다.
특히 여성에서 유병률이 높았고, 남․여 모두 나이가 증가할수록 높았다.
그리고 손이나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사람에게서 전신통증이 더 흔하게 나타났다.
김현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시행된 인구 집단 대상의 대규모 연구"라면서 "한국에서 전신통증의 유병율을 파악하고, 위험 인자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전신통증은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기능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도 통증이 없는 군과 전신통증 환자군을 나누어 SF-12라는 척도를 사용해 삶의 질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정신건강 항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전신통증환자가 통증이 없는 군에 비해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김현아 교수는 "아무 이유 없이 온몸이 쑤시고 아픈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아 심각한 동반 질환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수면 개선, 운동 요법 등의 접근 방법으로 지나친 약제 의존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