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의협은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에 반발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선언했다. 초강력 대응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의협을 포함한 의료계는 그간 수차례 건정심 위원 구성이 편파적이라는 점을 지적해 왔고, 여러차례 위원회를 박차고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건정심 탈퇴를 선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건정심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반증이다.
의협이 건정심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노환규 회장의 정치력이 실험대에 섰다. 노 회장은 취임 이후 여러차례 국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말해 왔다. 국민들이 잘못된 건강보험, 의료제도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해 의료계가 아닌 국민들이 정부에 개선을 요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의협이 SNS, 라디오 토론, 대중매체 광고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런 행보는 일면 긍정적이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의협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하고, 여러차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점도 없지 않다. 노 집행부는 출범 이후 첫 건정심 회의에 참석하자마자 탈퇴를 선언했다. 건정심 위원들과 진지하게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건정심 위원도 국민의 한 사람이다. 이들에게 포괄수가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하고 설득하려는 노력 자체가 소통인데 아쉬움이 남는다. 건정심 위원들은 의협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자 마자 유감을 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병협까지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것만 보더라도 같이 갈 수 있는 길을 혼자 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 회장은 취임 한달이 경과하고 있지만 임채민 장관과 회동도 미루고 있다. 정부와 국민 모두를 설득하지 않으면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