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평가 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 직원은 이혼하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 과거 주먹구구식, 감성적으로 해결했던 병원 행정 시스템이 처음으로 틀과 룰이 잡혔다."
정희석 성애병원 기획조정실 부실장(신경외과)은 15일 중소병원협회 주최로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이 같이 언급하며 의료기관평가 인증 노하우를 소개했다.
성애병원은 작년 11월 의료기관평가 인증 준비에 착수, 올해 초 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날 학술세미나에 모인 중소병원 관계자들은 향후 의료기관평가 인증에 대비해 그의 설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성애병원은 의료기관평가 인증 이후 어떻게 바뀌었을까.
정희석 부실장은 가장 큰 성과로 감시체계와 안전보고체계 확립을 꼽았다.
진료에 대한 감시체계와 안전보고체계를 강화하자 실제로 의료사고 발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그는 병원 내부가 깨끗해진 것은 물론, 병원 행정 분야에서도 틀이 잡히면서 자연스럽게 병원 기강이 잡힌 것도 인증 이후의 큰 변화라고 했다.
이 밖에도 병원 문화가 달라졌다.
그는 "의료기관평가 인증이라는 힘든 과정을 함께 나누고 수 없이 많은 회의를 진행하면서 상대부서의 입장을 이해하는 문화가 조성됐다"고 했다.
또한 그는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과정으로 병원에 맞는 규정집을 발간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규정을 정리하는 것에 대해 '모래 위에 집짓기'라고 했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처음부터 완벽한 규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빨리 정리해 직원들과 피드백을 나누는 게 합리적"이라면서 "처음부터 지키지 못할 규정은 제외하는 게 좋지만, 규정 내용은 최대한 세부적으로 만드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우리 병원 또한 규정집을 발간한 이후 전 직원들에게 설명회를 통해 내용을 소개하고 병원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수정, 재발간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규정집이 완성되면 이를 전 직원에게 알리고 교육함으로써 체화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희석 부실장은 각 부서별로 강의를 진행하고 시험을 통해 얼마나 습득했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거쳤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규정집 관련해 1차 시험을 보고, 평균 점수에 못미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진행하자 반발이 거셌다"면서 "하지만 재시험을 실시한 취지가 의료기관평가가 다가왔음을 알리고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그는 "의료기관평가 인증 직전에 의료진들에게 오른쪽 주머니에는 규정집 핸드북을, 왼쪽 주머니에는 손소독제를 늘 구비하고, 슬리퍼 대신 양말에 구두를 신도록 당부했다"면서 "의료진과 직원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