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수술 후 혈액 응고가 잘 되지 않는 산모를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에게 1억 4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비록 수술상의 과실이 크지 않다해도 출혈이 지속되는 원인을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부산지방법원 민사 8부는 최근 제왕절개 수술 후 출혈이 멈추지 않아 사망한 산모의 가족들이 의사의 과실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25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산모 A씨가 2009년 1월 분만을 위해 B병원에 입원하면서 시작됐다.
이 병원 의료진은 분만이 임박한 산모의 출산을 돕기 위해 빈혈수치와 혈액형 검사 등을 즉시 시행했지만 혈액응고검사는 기계 오작동으로 시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중간에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80회 이하로 떨어졌고 결국 산부인과 과장은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시행했지만, 수술 중 산모에게 태반조기박리 증상이 나타났다.
그러나 제왕절개는 큰 무리없이 끝마쳤고 혈압과 맥박수가 정상으로 돌아오자 의료진은 산모를 일반 병실로 옮기고 퇴근했다.
사건은 이날 밤 일어났다.
갑자기 활력징후가 이상해진 산모를 발견한 간호사는 당직의사를 급하게 호출했고 이 의사는 산모의 산소포화도가 70%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혈액응고장애로 인한 복강내출혈로 판단, 대학병원으로 산모를 전원시켰지만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자 산모의 가족들은 의사의 수술에 문제가 있었으며 수술 후 처치도 미흡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의사의 수술 과실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정황을 살펴봤을 때 의사가 수술 중 잘못을 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비록 기계 오작동으로 혈액응고검사 결과를 보지 못하고 수술에 들어갔지만 당시 상황을 보면 만약 검사결과를 봤더라도 이를 치료하고 수술에 들어갈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또한 수술 과정에서 큰 출혈이 없던 이상 의료진의 수술 과실로 산모가 사망했다고 보기는 힘든 면이 있다"고 환기시켰다.
하지만 재판부는 수술 후 과다출혈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은 의료진의 과실로 인정했다.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살펴야할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태반조기박리가 있는 산모는 박리 부위에서 출혈이 일어나 혈액응고인자가 소모되며 혈관내응고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며 "수술 전 기계 오작동으로 혈액응고검사를 미리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수술중 증상을 확인했다면 즉시 다시 검사를 실시하고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했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어 "당시 상황을 보면 당직의사와 간호사에게 다른 산모와 같은 정도의 인수인계만 진행해 통상적인 간호만 이뤄진 것이 인정된다"며 "의사로서 최선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산후 출혈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앞서 본 것과 같이 수술상에는 문제가 없었고 지속적 출혈은 산모의 체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있다"며 의사의 과실을 40%로 제한해 1억 4천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