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포괄수가제를 잠정 수용하는 대신, 포괄수가제 도입의 원흉이라고 지목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구조 개선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설정했다.
사실 건정심에 대한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정심은 가입자 8명, 공급자 8명, 공익대표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익대표에는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이 포함되는데 정부는 이를 통해 건정심 의사 결정에 개입하고 있다.
문제는 가입자나 공급자나 위원 수가 과반수에 미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인 공익을 끌어 않지 않고서는 어떤 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
반대로 정부는 흉부외과, 외과 수가 인상은 공급자와 영상수가 조제료 수가 인하는 가입자와 손을 잡고 통과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의 안이 관철되는 구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감사원도 지난 2004년 공익대표 8명 중 6명이 정부의 영향을 받는 위치에 있어, 공익대표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의협의 주장도 이 지점과 맞닿아있다. 의협 관계자는 "현재의 건정심 구조는 복지부의 거수기 역할 밖에 할 수 없다"면서 "이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어떠한 의료제도 개선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협은 건정심에서 공익대표의 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익위원의 수를 3명으로 줄이돼 한 명은 의료계에서 추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두명인 의사 위원의 수를 건강보험의 규모에 걸맞게 5명까지 늘리자는 목표를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건정심 개선이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데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위원 구성 변경은 어느 한쪽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
18대 국회에서는 손숙미 의원에 의해 건정심 구조 개편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었지만, 가입자단체의 반발과 국회의 무관심 속에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운명을 맞았다.
건정심 개선 시도는 여러번 있었다. 가입자단체는 지난 2009년 경실련 위원 배제로 인해 건정심 위원 선정 절차를 문제삼고, 대대적인 건정심 개선 요구를 펼쳤다. 이들은 의사 위원을 2명이나 두도록 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1명으로 축소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의·병협도 건정심에서 수가 디스인센티브를 받고, 건정심 구조 개선을 위해 나섰지만 소기의 성과를 얻는데 실패했다.
이번 의협의 시도 역시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지 못한다면 쉽게 결론이 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건정심 개선은 어쩌면 포괄수가제 저지보다 어려운 과제"라면서 "의협이 치밀한 준비와 전략 없이는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