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이대역 일대는 '피부미용의 거리'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피부과 간판이 넘쳐났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피부과' 간판을 찾을 수 있었다.
<메디칼타임즈>가 3일 신촌역에서 이대역까지 피부과 표시 간판을 조사한 결과 총 37곳이 개원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피부과의원은 12곳에 불과했다. 타과 전문의가 진료과목으로 피부과를 표방한 의원이 총 19곳으로 가장 많았고, 피부과를 표방한 한의원도 6곳에 달했다.
진료과목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막상 피부과 전문의보다 타 진료과 의사가 피부과 간판을 내건 게 더 많아졌다.
이는 대로변에 위치한 피부과만 확인한 것으로 골목 안에 개원한 피부과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개원가에서 진료과와 무관한 미용성형 등 비급여 바람은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표시과목별 의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피부과 간판은 2009년 3분기 970곳에서 2011년 3분기 1037곳으로 1년 새 6.9% 늘었다.
하지만 개원가의 실태는 통계로 확인한 것보다 더 심각했다.
기자가 취재한 신촌-이대역 인근은 젊은 층과 여대생이 많아 피부과 수요가 많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신촌역 4번 출구 앞 V피부과 동일한 건물에는 H한의원이 아토피, 여드름 치료를 내세우며 경쟁하고 있었다.
또 피부과 전문의가 개원한 피부과의원과 진료과목으로 피부과를 내건 일반의 또는 타과 의원이 한 건물에 들어선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한 비뇨기과 개원의는 간판에 '비뇨기과'라는 명칭 이외에도 '피부과' '에스테틱'이라고 크게 적었다.
모 이비인후과 개원의는 병원 입구에 진료과목 '피부과'를 추가해 적어두고 피부 레이저 시술도 겸하고 있었다.
인근에 개원한 모 피부과 원장은 "하나 걸러 하나씩 피부과 간판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공급 과잉에 가격경쟁까지 심각해 병원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피부과 원장도 "타 진료과와 한의사까지 합쳐 3배 정도 많은 것 같다"면서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이외에도 정신과, 재활의학과 심지어 병리과까지 피부과 간판을 내걸고 진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대역 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함 D클리닉은 1층에 개원,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신촌역 8번 출구 앞에는 피부과와 이비인후과를 표방한 의원, 피부진료를 내세운 한의원까지 모두 한 건물에 입점해 경쟁에 나선 곳도 눈에 띄었다.
피부과 간판을 내건 모 원장은 "사실 요즘은 전문과목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 아니냐"면서 "피부과 간판은 저수가와 개원시장 과열로 전문과목만으로는 유지하기 힘들어지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개원 9년차를 맞은 피부과 개원의는 "그동안 버티던 피부과가 최근 2~3년새 폐업하는 사례로 부쩍 늘었다"면서 "신촌-이대 인근에 피부과 쏠림현상이 심각하지만 그만큼 개폐업도 잦은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부과의사회 황지환 기획정책이사는 "이는 피부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원시장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이라면서 "피부과 개원시장은 향후 5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