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진료비를 허위청구한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국회에 2012년도 건강보험 정책 방향을 보고하면서 허위청구 행정처분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우선 업무정지에 갈음한 과징금을 상향조정할 예정이다. 건강보험법상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해 부당금액의 5배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10배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업무정지처분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내원일수는 허위로 늘리거나 가짜환자를 만들어 진료비를 청구하는 행위는 마땅히 엄벌해야 한다. 일부 의료기관의 허위청구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다. 또한 이들의 부도덕한 행태로 인해 선량한 의료기관, 의료인들까지 도매급 취급받고 있어 퇴출시켜야 한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과징금 상한을 높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건강보험법 제98조에 따르면 속임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 1년 이내의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다.
문제는 '속임수, 기타 부당한 방법' 범주에 명백한 허위청구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예들 들어 행정 착오나 업무 미숙으로 인해 진료비를 잘못 산정하더라도 현지조사를 나간 복지부 조사팀은 이를 부당금액에 포함시키는 게 현실이다.
이와 함께 급여범위에 포함되지 않지만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추가 검사를 한 후 해당 비용을 비급여로 받는 것 역시 부당금액으로 간주한다. 복지부나 심평원은 일부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진료를 한 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상병으로 고쳐 허위청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의료계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단순비만치료다.
이런 억울한 업무정지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 '속임수, 기타 부당한 청구는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받기 위해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관련 법령에 의해 요양급여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청구해 지급받는 행위다.' 대법원의 판례다. 착오청구나 업무미숙으로 인한 실수까지 허위청구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업무정지에 갈음한 과징금을 강화하기에 앞서 선의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는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의사들까지 사회에서 매장될 수 있다.
현지조사를 거부한 의료기관에 대한 업무정지 처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강화하는 것도 행정편의적이다. 'K원장' 사건에서 보듯이 실사를 나온 공무원들이 마치 의료인들을 범죄자 취급하거나 강압적으로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행정처분만 강화한다면 의료기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업무정지를 강화하는 것보다 의료기관에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고, 실사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자들을 엄벌하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