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응급당직 전문의에 관련한 응급의학회의 성명이 발표됐다.
각 진료과 전문의를 호출해야 하는 경우를 모든 응급실 내원환자가 아닌 소수의 '응급환자'로 제한함으로써 환자를 분류한다는 개념이 도입된데 대하여 일단 찬성한다.
이번 응급당직 전문의 호출과 관련한 혼란은 응급환자에 대한 사회 일반과 병원현장의 정의가 달랐던 데에 기인한다.
응급실 내원환자를 모두 전문의가 진료하라는 법률의 입법이 진행된 것은 사회, 보건복지부와 국회가 모든 응급실 내원환자가 급하고 중한 환자라고 정의내렸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병원현장이나 각 진료과에서는 응급실에 내원하는 모든 환자를 일단 경환자로 판단하고, 급한 환자만 단계를 거쳐 전문의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진료를 행해왔다.
하지만, 전달과정이 원활치 않아 급한 환자에 대한 각과 전문의 진료가 지연되고 환자가 악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에 '소수의 응급실 내원환자'를 각과 전문의가 즉각 진료한다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는데 있어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
이러한 방식에 의해 제한된 의료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응급환자의 생존률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행의 법률상 '응급환자'의 정의는 15년전 복지부 관계자가 적당히 만들어 놓은 것으로 의학적 근거가 부실하며 특히 일부 진료과에는 부당하게 과중한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일본에서는 2008년 도쿄시내의 개인 산부인과에서 의식에 악화된 임산부가 유수한 8개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을 거부당한 사건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대구사건과 유사하다.
세계 여러 나라의 환자분류체계를 비교 검토하고 캐나다의 CTAS(Canadian Triage and Assessment Scale) 체계를 도입해 사회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환자분류 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
일반인은 구급차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119에 신고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별도의 전화번호에 신고한다.
얼마전 경기도지사의 119 신고와 관련된 물의는 우리 사회에 별도의 전화번호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여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신고 접수자, 구급대, 작은 병원과 큰 병원에서도 각각 CTAS에 기반하여 환자분류를 시행한다.
사회 전반에 환자분류 체계를 도입하면 중증 응급환자가 작은 병원에 내원하여 소수의 각 진료과 전문의가 당직호출되는 빈도를 줄이고 경증환자가 큰 병원의 응급실 혼잡을 가중시키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적절한 환자가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병원에 가도록 하는 응급의료체계 구축의 목표에 부합한다.
응급환자를 구분한다는 개념은 도입되었다. 이제는 보다 섬세하게 다듬고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과정이 필요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