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 두 개의 큰 별이 하루 차이로 생을 마감해 동료, 후배 의사들에게 큰 슬픔을 안겨줬다.
서울의대(학장 강대희)는 지난 5일, 고 주근원 명예교수가 별세한 데 이어 6일 고 고창순 명예교수가 유명을 달리해 각각 서울대병원 영안실 1, 2호에 자리했다고 밝혔다.
두 고인은 의료계 전체에서도 큰 별이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대학의 명예교수인 탓에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슬픔은 더욱 컸다.
고 고창순 명예교수는 핵의학과 내분비학 대가임과 동시에 의료정보학, 의용생체공학, 노인병학을 한국에 정착시킨 개척자.
또 김영삼 대통령 주치의로도 유명한 고인은 정부가 의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1987년 서울대병원이 법인체로 전환, 새롭게 출발할 당시 제1·2부원장을 맡아 안정화시키는 데 공헌을 한 바 있다.
서울대병원 정준기 교수(핵의학과)는 고인을 '학문의 아버지'임과 동시에 소탈한 인품을 지닌 따뜻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교육에는 철저했지만, 항상 제자들을 격려하고 희생하는 일을 밥 먹듯이 했다. 부원장으로 바쁜 와중에도 제자들이 소원해지면 섭섭해 했고, 의대생의 고민을 밤새워 들어주며 함께 의논해줄 정도였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신축병원 초대 부원장을 맡고는 진료와 연구의 대부분을 제자에게 넘겨 그 성과나 명예도 차지하지 않았다"면서 "기틀만 마련하고 제자들이 열매를 따갈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고 주근원 명예교수 또한 비뇨기과계에선 워낙 명성이 높은 학자로 한국배상의학회를 창립, 왕성한 활동을 벌였으며 신장학회장을 맡는 등 비뇨기과계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주변의 후배 의사들은 고인에 대해 평소 서울대병원과 배상의학회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백재승(비뇨기과) 교수는 "위암 투병 중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에 주요행사가 있을 때마다 참석하는 등 관심을 쏟았다"면서 "그 모습에 후배 교수들이 감동을 할 정도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병원뿐만 아니라 학회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직접 학회 사무실을 찾아 회무를 챙기는 등 애정을 보였다"면서 "출신학교와 무관하게 비뇨기과계의 큰 어른이자, 선구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