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명칭을 간호실무사로 바꾸고, 보건복지부 면허로 격상시키는 법안이 제출되자 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은 최근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간호조무사는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시설 등 보건의료 최일선에서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의료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양 의원은 간호조무사 자격을 면허로 격상하고, 복지부에 면허를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간호조무사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에 비해 자격취득자에 대한 신고의무가 없어 자격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게 법안 발의 이유다.
이같은 법안이 발의되자 간호협회와 조산협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간협은 14일 '전국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총궐기대회'까지 열기로 했다가 잠정 연기한 상태다. 간협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비의료인인 간호보조인력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간호사와 혼동을 야기할 수 있는 명칭으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간호조무사에게 자격이 아닌 면허를 부여하자는 것은 의료인에 포함시키자는 의미여서 간협이 반발하는 것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간협이 간호조무사의 실체까지 부인하려는 태도는 지나치다. 간호조무사는 과거 보건사회부장관 면허증을 받은 바 있고,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간호사 정원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 간호조무사 및 유사업자에 관한 규칙을 보면 간호조무사는 간호보조업무와 함께 진료보조업무를 수행하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런 법적 근거에 따라 정부는 요양병원,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간호사 정원의 일부를 간호조무사로 대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간호협회는 간호조무사가 단지 간호보조업무만 수행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간협은 지난 3월 '간호조무사의 업무영역 설정연구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런 기조의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가 직역이기주의라는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특히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면 현재 중소병원들은 극심한 간호사 인력난에 봉착해 있다. 간호등급제가 시행된 이후 간호사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간협은 간호등급제를 완화해 간호사 정원의 일부를 간호조무사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중소병원 경영난이 심화돼 도산하더라도 간호사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좌시할 수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보더라도 간호협회는 간호조무사협회의 '큰 집'이다. 보다 대승적인 대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