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인증평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다. 그러자 이를 돕고자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이 벤치마킹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메디칼타임즈>는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의 경험과 시사점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상> 우리 병원에 맞는 규정 만들기>
<중> 평가인증 A TO Z 짚어보기
<하> "병원장의 의지와 철학이 중요하다"
의료기관 평가인증에 성공한 의료기관의 공통점은 병원장이 강한 의지와 철학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준비하는 상당수 의료기관들은 시설 투자 및 인증 비용, 직원 이탈 현상 등에 대해 우려한다.
일단 평가인증을 받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기준에 따라 시설도 갖춰야 하고, 준비과정이 힘들다보니 직원들의 이직현상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병원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병원의 철학이다.
■ 의료진의 참여를 이끌어라
병원장의 리더십은 평가인증 사업에 의료진을 얼마나 참여하도록 만드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의료기관의 핵심 인력은 누가 뭐래도 의료진. 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의료진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부민병원 정흥태 병원장(전문병원협의회장)은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었던 결정적인 전략으로 준비위원회 위원장에 의료진을 배치한 것을 꼽았다.
앞서 인증평가에 성공한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인증평가준비위원회 위원 혹은 리딩그룹에 의료진을 배치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각 분과 위원장에 의료진을 배치했더니 책임감을 느끼고 동참했다"면서 "직원들이 밤 늦게까지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팀장을 맡은 의료진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진 등 직원들에게 왜 평가인증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시키고, 성공하면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지 비전을 제시해줌으로써 자발적인 참여를 이끄는 것이다.
가령, 평가인증을 위해 의료진이 의무기록을 상세하게 기재하고 설명의 의무를 지켜야 한다면 일방적으로 지침을 주고 따르라고 하는 것 보다는 이를 통해 어떤 긍정적인 면이 있는지 알려주는 편이 효과적이다.
이 때 당근책을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민병원은 의무기록 작성을 독려하기 위해 매달 한 번씩 의무기록 차트를 정리해 발표하고 이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정흥태 병원장은 "의무기록을 작성하는 것은 의료진 본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잘 지키는 직원에 대해서는 당근을 제시했다"면서 "초기에는 불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장점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잘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직원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평가인증을 통해 병원과 조직에 대한 자긍심과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감을 준다면 불만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상덕 원장(전문병원협의회 기획정책위원장)또한 직원들의 참여를 높이고,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무시간 이외 진행되는 교육에 대해 수당을 제공한다던지, 교육에 따른 평가를 통해 성적이 우수한 직원에겐 상품을 지급하는 등 동기부여를 해줄 만한 요소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덕 원장은 "직원들의 이탈을 막으려면 동기부여와 함께 지속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귀띔했다.
■ 과감하게 투자하라
평가인증 과정에서 병원장의 과감한 투자는 필수적이다. 병원에 따라서는 리모델링이 필요하고, 생각 보다 많은 예산이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예산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당장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병원장 입장에서는 망설일 수 있다. 이 때에도 병원장의 철학이 중요하다.
정흥태 병원장은 "평가인증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병원을 위한 것이며 병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의료기관 운영을 돈으로만 따져선 하기 힘들다.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인증과정에서 어쩔 수없이 예산이 소용되기 때문에 감수해야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병원장이 '환자=돈'이라는 마인드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제도"라고 덧붙였다.
이상덕 병원장 또한 Top down 방식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설투자에 드는 비용은 단순히 돈을 쏟아 붓는 게 아니라 병원 내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다만 비용은 아끼면서 효율은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 인증은 힘들지만 가치있는 것
중요한 점은 이렇게 평가인증 과정에서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들은 직원들의 자긍심, 애사심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환자 만족도가 상승하는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부민병원의 경우에도 인증 받은 이후 의료의 질이나 환자안전에 관한 문제 크게 감소하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은 인증 후 직원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 '조직문화와 비전' '직무만족도와 직무역량' '보상관리와 자기계발' '인간관계와 조직애착도' '부서 만족도' 등 모든 항목에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덕 원장은 "인증은 힘들지만 가치 있는 것"이라면서 "병원 내 시설 및 시스템을 보완하고 병원운영 체계를 정립한 것 이외에도 환자 신뢰도 및 만족도가 상승하고,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